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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연애

같은 회사 사람이 좋아졌다

이혼 서류를 내던 주에도 출근은 해야 했고, 그 시기를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이 옆 팀 동료였습니다. 회사 안에서 마음이 생겼을 때 따져 볼 것들을 시기별로 짚습니다.

같은 회사 사람이 좋아졌다AI 모델 사진

이혼 서류를 내던 주에도 출근은 했습니다. 회의에 들어가고, 점심을 먹고, 아무 일 없는 얼굴로 결재를 올렸습니다. 회사에서는 아무도 몰랐으면 했던 그 일을 딱 한 사람에게만 털어놓게 됐습니다. 야근하던 밤 탕비실에서 괜찮냐고 물어 준 옆 팀 사람이었습니다. 그 뒤로 자꾸 그 사람 자리 쪽으로 눈이 갑니다.

가장 힘든 때를 본 사람이 좋아지는 이유

회사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고, 일하는 모습을 매일 봅니다. 이혼을 지나는 동안에는 더 그렇습니다. 집은 텅 비었고 친구들에게는 말하기도 지쳤는데, 회사에는 매일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다만 이 시기의 호감에는 고마움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힘들 때 커피 한 잔 건네준 사람에게 드는 마음이 사랑인지 감사인지는 시간이 좀 지나야 구분됩니다. 내 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도 그 사람이 여전히 좋은지 몇 달쯤 지켜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내 이혼 이야기가 다른 부서에서 들려올 때

사내 연애를 고민하는 돌싱이 먼저 걱정하는 건 연애보다 소문입니다.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면서 이혼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이야기가 어느 날 다른 부서에서 들려옵니다. 그 사람이 퍼뜨리지 않았더라도, 둘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본 누군가가 이것저것을 이어 붙입니다.

그래서 순서를 정해 둡니다. 회사에서 내 이혼을 알아도 되는 사람과 몰랐으면 하는 사람을 나눠 보고, 마음이 가는 그 사람에게도 "이건 회사에서는 우리 둘만 알았으면 해요"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이 부탁을 가볍게 넘기는 사람이라면 사귀는 동안의 비밀도 지켜 주기 어렵습니다.

마음을 꺼내기 전에 확인할 것들

위아래로 얽힌 사이인가. 내가 그 사람의 평가나 업무 배정에 관여한다면 호감 표현 자체가 압박이 됩니다. 거절하기 어려운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은 연애보다 문제의 시작이 되기 쉽습니다.

정말 혼자인가. 회사에서는 서로의 사생활을 잘 모르니 넘겨짚기 쉽습니다. 반지를 끼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회사 규정은 어떤가. 사내 연애를 알려야 하는 곳도 있고, 같은 팀이면 한 사람이 자리를 옮겨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인사 규정을 한 번 읽어 두면 나중에 당황하지 않습니다.

거래처 사람이라면. 계약이나 단가를 정하는 자리에 함께 앉는 사이라면,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 일의 판단까지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담당을 바꾸거나 그 일이 끝난 뒤로 미루는 쪽이 두 사람 모두를 지킵니다.

회식이 끝난 밤의 택시

사내 연애가 소문나는 곳은 대개 사무실이 아니라 회식 자리입니다.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서로를 보는 눈빛이 풀리고, 앉는 자리가 자꾸 가까워집니다. 끝나고 둘이 같은 택시에 오르는 모습은 다음 날 아침이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사이라면 더 조심합니다. 술기운에 꺼낸 고백은 상대가 진심인지 술버릇인지 가늠하기 어렵고, 거절당하면 그 장면을 본 동료들까지 오래 기억합니다.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맨정신인 평일 저녁, 회사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이 낫습니다. 택시는 따로 타고, 집에 잘 들어갔는지는 문자로 묻습니다.

거절당해도 내일 아침 같은 엘리베이터

사내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실패의 값 때문입니다. 앱에서 만난 사람은 거절당하면 다시 볼 일이 없지만, 회사 사람은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만납니다. 그래서 다가가는 방식도 거절당했을 때 둘 다 버틸 수 있는 모양이어야 합니다.

회사 밖에서, 한 번, 가볍게 묻습니다. "주말에 그 전시 보러 갈 건데 같이 갈래요? 부담되면 편하게 말해 줘요." 상대가 망설이거나 돌려 말하면 그것으로 답을 받은 겁니다. 두 번 세 번 다시 묻는 순간 상대에게는 출근이 불편한 일이 됩니다. 거절당한 다음 날에는 평소처럼 인사하고, 그 이야기를 다른 동료에게 옮기지 않습니다.

사귀는 동안 회사 안에서의 약속

마음이 통했다면 회사 안의 규칙을 둘이 정합니다. 업무용 메신저로는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회의에서는 평소처럼 존댓말을 쓰고, 상대 의견에 일부러 편을 들지도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매일 같이 출퇴근하는 것도 한동안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회사에 알릴지, 알린다면 언제 누구에게 먼저 말할지도 둘이 함께 정합니다. 관계가 충분히 단단해지면 각자의 팀장에게 직접 말하는 식으로 순서를 잡아 두면 소문보다 한발 앞설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 누가 물으면 "사적인 일이라 회사에서는 말을 아끼려고요" 정도로 넘깁니다.

헤어진 뒤에도 출근은 계속된다

사내 연애의 진짜 시험은 헤어진 다음입니다. 어제까지 연인이던 사람과 오늘 같은 회의실에 앉아야 합니다. 이때 가장 피해야 할 일은 동료들을 내 편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그 사람에 대한 서운함을 탕비실에서 털어놓는 순간 그 이야기는 회사 전체의 것이 됩니다.

인사는 하고, 업무 연락은 짧고 정확하게 합니다. 한동안 너무 힘들다면 휴가를 붙여 쓰거나 업무 동선을 조정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몇 달이 지나도 매일 마주치는 게 견디기 어렵다면 부서 이동을 고민하는 것도 나를 지키는 길입니다.

회사에서 시작된 마음이라고 다 위험한 건 아닙니다. 일하는 모습을 오래 지켜본 사이라서 오히려 믿을 만한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마음을 꺼내기 전에 한 번만 상상해 봅니다. 잘 안 됐을 때 그 사람과 다음 주 회의에 나란히 앉을 수 있을지. 그 장면이 견딜 만하다면 다가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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