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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데이트

식탁 위에서 아이 전화가 울렸다

받아야 할지, 나가서 받아야 할지, 맞은편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아이를 둔 사람의 데이트에는 늘 휴대폰 하나가 같이 앉아 있습니다.

식탁 위에서 아이 전화가 울렸다AI 모델 사진

파스타가 막 나왔을 때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서 떨기 시작합니다. 화면에 뜬 이름은 "우리 딸". 맞은편 사람이 포크를 든 채 멈추고, 나는 화면과 그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봅니다. 받으면 데이트를 깨는 것 같고, 안 받으면 집에 혼자 있는 아이가 마음에 걸립니다. 진동은 다섯 번쯤 울리다 끊깁니다. 그 뒤로 파스타 맛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연애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겪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묻게 되는 것들은 대개 비슷합니다.

그냥 받아도 되나요

받아도 됩니다. 아이 전화를 받는다고 무례한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있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 상대라면 이런 순간이 올 것을 알고 나옵니다. 오히려 울리는 전화를 뒤집어 놓고 계속 신경 쓰는 쪽이 대화를 더 망칩니다. 눈은 상대를 보는데 마음은 집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달라지는 건 받는 방식입니다. "잠깐만요, 아이예요" 한마디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받습니다. 식탁에서 받으면 상대는 들어도 되는지 모를 대화를 듣고 앉아 있어야 합니다. 통화는 짧게 합니다. 급한 일이 아니면 "아빠 지금 밖이야. 이따 들어가서 얘기하자"로 끝냅니다. 돌아와 앉으면서 무슨 일이었는지 한 줄로 말해 주면 상대의 궁금증도 거기서 닫힙니다. "숙제 프린트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네요."

나오기 전에 해 둘 말이 있나요

두 사람에게 하나씩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언제까지 나가 있는지, 어떤 일이면 전화하고 어떤 일이면 문자로 남길지를 알려 줍니다. "엄마 아홉 시 반까지 들어올게. 다치거나 무서운 일이면 바로 전화하고, 나머지는 문자 해 줘." 기준이 없으면 아이는 리모컨이 안 된다는 일로도 전화를 겁니다. 아이 잘못이 아닙니다. 아이로서는 무엇이 급한 일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상대에게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해 둡니다. "오늘 아이가 혼자 있어서 전화가 올 수도 있어요. 오면 잠깐 받을게요." 미리 들은 사람은 기다려 주고, 듣지 못한 사람은 기분이 상합니다. 똑같은 전화 한 통인데 그렇습니다.

다른 부모 집에서 걸려 온 전화라면요

면접교섭 날이라 아이가 다른 부모 집에 가 있는 저녁에도 전화는 옵니다. 이때가 마음이 더 복잡합니다. 아이 목소리 뒤로 전 배우자의 집 소리가 들리고, 나는 다른 사람과 식당에 앉아 있습니다. 괜히 목소리를 낮추고, 어디냐는 물음에 얼버무리게 됩니다.

거짓말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밖에서 저녁 먹고 있어"면 충분하고, 누구와 있는지는 아이가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와 떨어져 사는 쪽이라면 사정이 반대입니다. 일주일에 몇 번 듣지 못하는 목소리라 데이트 중이어도 끊기가 싫습니다. 그럴수록 자리를 옮겨 제대로 받는 편이 낫습니다. 식탁에서 건성으로 받는 오 분보다 바깥에서 온전히 듣는 삼 분이 아이에게 남습니다.

아이는 왜 하필 그날 전화할까요

평소에는 전화 한 통 없던 아이가 데이트하는 날만 세 번씩 건다는 이야기가 흔합니다. 우연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평소와 다르게 나갔다는 것을 압니다. 옷이 다르고, 향수 냄새가 나고, 현관에서 거울을 한 번 더 봤습니다. 그날의 전화는 용건보다 확인에 가깝습니다. 엄마가 아직 내 엄마인지, 아빠가 정말 돌아오는지.

그러니 그 전화를 방해로 읽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고 들어갈 시간을 다시 말해 줍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킵니다. 말한 시간에 현관문이 열리는 경험이 몇 번 쌓이면 전화는 저절로 줄어듭니다. 사춘기 아이는 무심한 척하다가 밤늦게 짧은 문자 하나를 보내기도 합니다. "언제 와." 이 세 글자에는 바로 답해 줍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아이가 없는 사람, 혹은 아이가 다 커서 이런 일을 잊은 사람이 맞은편에 앉아 있다면 이 몇 분이 은근히 어색합니다. 할 일은 간단합니다. "받으세요, 괜찮아요." 그리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며 기다립니다. 상대가 돌아와 미안하다고 하면 "애가 뭐래요?" 하고 가볍게 묻습니다. 이 질문 하나로 상대는 내 앞에서 아이 이야기를 꺼내도 된다는 것을 압니다.

피할 반응도 있습니다. 통화를 엿듣고 나중에 훈수를 두는 것, "애가 엄마를 너무 찾네요" 같은 평, 두 번째 진동에 들리게 한숨을 쉬는 것. 아이를 둔 사람은 이 몇 분을 꽤 정확한 시험지로 씁니다. 그날 맞은편 사람이 보인 작은 표정 하나를 오래 기억합니다.

한 시간에 네 번씩 울린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데이트를 이어 가기 어렵고, 아이도 불안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상대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일찍 일어나도 됩니다. "오늘은 아이가 마음이 안 놓이나 봐요. 다음에 시간 넉넉하게 낼게요." 억지로 버티다 두 사람 다 지치는 것보다 낫습니다.

집에 가서는 아이와 짧게 이야기합니다. 혼내지 않고 묻습니다. 무서웠는지, 심심했는지, 엄마가 어디 가는지 궁금했는지. 혼자 있는 게 무서운 아이라면 아직 혼자 둘 때가 아닌 것이고, 궁금했던 아이라면 조금 더 설명해 줄 때가 된 것입니다.

아예 꺼 두면 안 될까요

아이가 어리거나 집에 혼자 있다면 꺼 두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정말 급한 일은 드물지만, 드물게 생깁니다. 그때 연결이 안 됐던 기억은 그날 저녁 전체를 죄책감으로 바꿔 놓습니다. 조부모나 다른 어른이 아이를 보고 있다면 사정이 낫습니다. 급한 일만 전화해 달라고 부탁해 두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도 됩니다.

어느 쪽이든 정해 둘 것은 하나입니다. 이 시간 동안 나는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이면 연락이 닿는지. 그 한 가지가 아이에게도, 맞은편 사람에게도 분명하면 진동이 울려도 손이 떨리지 않습니다. 파스타도 식기 전에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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