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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데이트

사진과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손을 흔드는 사람을 한참 못 알아봤습니다. 사진과 다른 상대 앞에서 실망을 다루는 법과 그 자리의 예의, 내 사진을 돌아보는 일까지 짚습니다.

사진과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AI 모델 사진

약속한 카페 문을 열고 안을 둘러봅니다. 창가 자리의 누군가가 손을 듭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사진 속 사람은 머리숱이 풍성하고 턱선이 날렵했는데, 손을 흔드는 사람은 그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삼 초쯤 걸렸고, 그 삼 초 동안 내 얼굴에 무엇이 지나갔는지 스스로도 걱정됩니다.

앱에서 사람을 만나면 언젠가 한 번은 겪는 장면입니다. 사진 몇 장과 짧은 소개글로 그려 둔 사람과 실제로 앞에 앉은 사람 사이에는 늘 틈이 있고, 그 틈이 유난히 큰 날이 있습니다. 그날의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집에 오는 길의 기분이 꽤 달라집니다.

문을 연 뒤 십 초

가장 어려운 순간은 여기입니다. 실망은 숨기려 해도 얼굴에 먼저 나옵니다. 눈썹이 잠깐 올라가고, 웃음이 반 박자 늦습니다. 상대는 그걸 거의 틀림없이 봅니다. 사진과 다르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기에, 처음 몇 초 동안 내 얼굴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살핍니다.

이 십 초에 할 일은 하나입니다. 일단 웃으며 인사하고 자리에 앉는 것. "늦지 않았죠? 반가워요." 판단은 앉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서서 망설이는 모습이 가장 큰 상처를 줍니다.

앉은 뒤 오 분, 실망이 하는 말

앉고 나면 머릿속이 바빠집니다. 속은 건가, 일부러 그런 사진을 올린 건가, 이 사람은 내 사진을 보고 어떤 기대를 했을까.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시간을 내서 나왔는데 처음부터 정직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면 기분이 상합니다.

다만 사진과 실물이 다른 이유가 다 속이려는 마음은 아닙니다. 이혼을 지나며 살이 붙었거나 머리가 빠진 걸 본인만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고, 가장 괜찮았던 때의 사진밖에 쓸 게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힘든 시기를 지나며 몸이 변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 사정을 짐작해 보면 실망의 온도가 조금 내려갑니다.

삼십 분, 사진 말고 사람을 보는 시간

대개는 실망을 안고도 한 잔 마시는 시간쯤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이 시간을 그냥 견디기보다 다르게 쓸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을 보는 시간으로요. 말투, 웃음소리, 직원에게 하는 인사, 내 말을 듣는 태도.

여기서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모는 기대와 달랐는데 대화가 의외로 편하고 시간이 금방 갑니다. 사진에 대한 실망이 첫 십 분을 차지했다면, 남은 시간은 그 사람에게 내줘도 됩니다. 반대로 대화마저 맞지 않는다면 굳이 오래 앉아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사진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대화가 조금 풀리면 묻고 싶어집니다. 사진은 언제 찍으신 거예요? 이 질문은 아무리 부드럽게 해도 상대에게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사진과 다르다는 건 이미 둘 다 알고 있고, 그걸 말로 확인하는 순간 남은 시간이 통째로 어색해집니다.

상대가 먼저 꺼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이랑 좀 다르죠? 오래된 사진이라서요." 멋쩍게 웃으며 하는 그 말에는 대개 미안함이 들어 있습니다. 이때 맞장구를 치면 상처가 되고, 전혀 아니라고 하면 빤한 거짓말이 됩니다. "직접 뵈니까 말씀하시는 게 더 편하시네요." 사실이면서 상대를 깎지 않는 말을 하나 찾아 건네면 됩니다.

더 만나지 않기로 했다면 집에 와서 뜻을 전할 때도 외모 이야기는 뺍니다. "좋은 분이었는데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유를 붙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거기서 멈추는 편이 서로에게 낫습니다.

그 사람도 나를 보고 실망했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실망은 한쪽만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상대의 얼굴을 살피던 그 삼 초 동안, 상대도 나를 보며 같은 계산을 했을 수 있습니다. 내 사진도 조명 좋은 날 고른 한 장이고, 그날의 나는 퇴근길에 지친 얼굴이었습니다.

상대의 표정에서 실망을 읽었다면 마음이 작아집니다. 그렇다고 괜히 사과하거나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의 나로 앉아 있다가, 끝나고 나서 그 표정을 혼자 오래 붙들지 않으면 됩니다. 첫인상에는 실망했던 사람에게 두 번째 만남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면

살이 찐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의 사진을 쓴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이와 직업까지 말과 다르다면 작정하고 속인 겁니다. 이때는 예의보다 안전이 먼저입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나와서 앱의 신고 기능으로 알립니다. 다음 사람이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이런 사람은 들켰다는 걸 알면서도 태연하게 다음 장소로 옮기자고 하거나, 사진은 친구가 대신 올려 줬다며 웃어넘기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거짓으로 시작한 사람과 자리를 옮길 이유는 없습니다. 내가 마신 것은 내가 계산하고, 택시는 가게 앞에서 부르고, 연락처를 아직 주지 않았다면 끝까지 주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 사진 생각

이런 일을 한 번 겪으면 집에 오는 길에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내 프로필 사진은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닮았을까. 사진첩에서 고른 그 한 장이 실은 몇 해 전 여행지에서 찍은, 내가 제일 날씬하던 때의 사진은 아닌지.

누구나 잘 나온 사진을 쓰고 싶습니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상대가 나를 알아보는 데 삼 초가 걸린다면, 그 삼 초는 나에게도 똑같이 아픈 시간이 됩니다.

집에 도착하면 휴대폰을 열어 내 사진을 한 장씩 다시 봅니다. 오늘 내가 받은 실망을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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