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다운로드
다시 시작하는 연애

엄마 아빠 말고 나로 보이고 싶은 날

학부모 대화방에서는 누구 엄마, 태권도장에서는 누구 아빠로 불리며 살았습니다. 다시 한 사람의 여자와 남자로 보이고 싶어지는 마음, 그 뒤에 따라오는 죄책감을 들여다봅니다.

엄마 아빠 말고 나로 보이고 싶은 날AI 모델 사진

화장품 가게 계산대에 립스틱 하나를 올려놓고 괜히 아이 로션도 하나 집어 듭니다. 내 것만 사는 게 어색해서입니다. 집에 와서 립스틱을 가방 안주머니에 넣으며 생각합니다. 이걸 누구한테 보여 주려고 산 걸까. 같은 날 다른 동네에서는 한 남자가 매장 앞에서 셔츠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아이 졸업식에 입을 것도, 회사에 입고 갈 것도 아닌 셔츠입니다.

마지막으로 내 이름으로 불린 날

아이가 생긴 뒤로 이름은 조금씩 뒤로 밀려납니다. 학부모 대화방에서는 서윤이 엄마, 태권도장에서는 민준이 아빠입니다. 결혼 생활 동안에는 배우자도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혼한 뒤에는 혼자 키우느라 그 호칭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웃어 줍니다. 혹은 엘리베이터 거울 속 얼굴이 낯설게 보입니다. 이 사람은 언제부터 자기를 위해 옷을 사지 않았을까. 그 순간 오래 잠들어 있던 마음 하나가 깹니다. 엄마나 아빠 말고, 그냥 한 사람으로 누군가의 눈에 들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처음 고개를 드는 순간은 대개 사소합니다. 거래처 사람이 지나가듯 오늘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을 때, 단골 빵집 주인이 아이 없이 혼자 들른 나를 못 알아봤을 때.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런 내가 조금 민망해집니다.

그 마음이 들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

바로 뒤에 목소리가 따라옵니다. 애 엄마가 무슨. 애 아빠가 이 나이에. 아이는 한쪽 부모 없이 크는데 너는 꾸밀 생각이 나니. 누가 실제로 한 말이 아닌데도 귀에 또렷하게 들립니다. 부모님 세대에게서, 전 배우자의 가족에게서, 혹은 이혼 직후 스스로 했던 다짐에서 온 목소리입니다.

이 목소리는 부모가 되면 사람으로서 바라는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눌러 둔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데로 샙니다. 이유 없이 아이에게 짜증이 나고, 별것 아닌 일에 억울해집니다.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인정하는 편이 아이에게도 덜 해롭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립스틱을 어떻게 볼까

막상 아이들의 반응은 어른들의 걱정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아이는 엄마가 화장을 하면 예쁘다고 따라 하고, 아빠가 새 옷을 입으면 멋있다고 말합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기분 좋아 보이는 건 좋은 소식입니다.

사춘기 아이는 다릅니다. 엄마 왜 그래, 아빠 누구 만나, 하고 날카롭게 묻기도 합니다. 이때 변명하거나 숨기지 않아도 됩니다. "엄마도 가끔은 기분 내고 싶어. 너도 그렇잖아." 담담하게 말하는 부모를 보며 아이는 어른도 자기를 챙기며 산다는 걸 배웁니다. 연애를 하고 있다면 그 이야기를 지금 꺼낼지는 따로 판단할 일입니다. 꾸미는 것과 연애를 알리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아빠들은 이 마음을 더 깊이 숨긴다

이 마음은 엄마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도 똑같이 겪는데, 입 밖에 내는 사람은 훨씬 적습니다. 퇴근 후 아이 저녁을 챙기고 숙제를 봐 주다 보면 하루가 끝나고, 거울 볼 일도 없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미뤄 두던 머리를 손질하고, 서랍 속 오래된 향수를 꺼냅니다. 누가 물으면 건강 때문이라고 둘러댑니다.

둘러대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 아빠가 멋있어 보이고 싶은 건 이상한 일이 아니고, 그렇게 몸과 마음을 챙기기 시작한 아빠는 아이에게도 더 기운 있는 아빠가 됩니다. 아이가 "아빠 왜 이렇게 꾸며?"라고 물으면 웃으며 "아빠도 아직 멋있고 싶거든" 하고 받으면 됩니다.

데이트 자리에서도 아이 이야기만 하게 될 때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면 더 분명해집니다. 대화가 자꾸 아이 쪽으로 흘러갑니다. 학원, 성적, 반찬 투정. 상대가 지루해하는 것 같아 화제를 바꾸려는데 꺼낼 내 이야기가 없습니다. 몇 해 동안 나에 대해 생각해 볼 틈이 없었으니 당연합니다.

만나러 가기 전에 아이 말고 내 이야기를 몇 가지 떠올려 두면 도움이 됩니다. 혼자 몰래 챙겨 보는 드라마, 퇴근길에 들르는 빵집, 다시 배워 보고 싶은 것. 처음에는 쥐어짜듯 나오지만, 상대가 그 이야기에 반응해 주는 순간 이상하게 기쁩니다. 오랜만에 나라는 사람이 관심을 받는 기분입니다.

부모이면서 한 사람이기 위한 작은 자리

연애를 하든 안 하든, 나로 지내는 자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다른 부모에게 가는 주말 저녁 한 번은 아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 친구와 만나기. 한 달에 한 번은 아이 옷 말고 내 옷을 사기. 아이가 잠든 뒤 삼십 분은 집안일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이런 자리가 생기면 이상하게 아이에게도 너그러워집니다. 내 몫이 하나도 없는 부모는 아이에게서 모든 것을 채우려 하고, 내 몫이 조금 있는 부모는 아이를 아이대로 둘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죄책감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나로 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아이에게서 도망치고 싶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한 사람으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서로의 자리를 빼앗지 않습니다. 둘 다 있는 게 사람입니다.

가방 안주머니에 넣어 둔 립스틱은 꺼내서 바르면 됩니다. 아이 학교에 가는 날이 아니어도, 누구를 만나는 날이 아니어도. 거울 속에서 오랜만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 #한부모 연애
  • #엄마의 연애
  • #아빠의 연애
  • #돌싱 부모
  • #연애 죄책감
돌싱과 안전하게 만나고 싶다면

프로필 심사와 휴대폰 본인인증, 지인 차단 기능이 있는 돌싱짝에서 시작해 보세요.

앱 받기

좋은 사람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몰라요

프로필 심사를 거친 돌싱들이 모인 돌싱짝에서 대화부터 편하게 시작해 보세요.

닫기

개인정보취급방침

© Copyright naimstory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