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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연애

오랜만의 밤이 걱정되는 당신에게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세어 보다가 그만둔 사람이 있습니다. 다시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 앞에서 드는 걱정을 차분히 풀어 봅니다.

오랜만의 밤이 걱정되는 당신에게AI 모델 사진

네 번째로 만난 날, 집 앞에 차를 세운 그 사람이 말합니다. 올라가서 차 한잔할래요. 대답보다 먼저 머릿속에서 계산이 돌아갑니다. 마지막이 언제였더라. 이혼하기 한참 전부터 각방을 썼으니 햇수로 세면 한 손이 넘어갑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한데, 몸은 면접장 앞에 선 사람처럼 굳습니다.

이 걱정을 입 밖에 내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래서 다들 자기만 그런 줄 압니다.

걱정의 목록은 대개 비슷합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걱정이 첫째입니다. 출산의 흔적, 수술 자국, 늘어난 뱃살, 줄어든 머리숱. 불을 끄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합니다. 둘째는 서툴러졌을 것 같다는 걱정입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외국어처럼 어색할 것 같고, 상대가 실망할까 봐 겁이 납니다. 셋째는 조금 더 깊습니다. 지난 결혼의 끝 무렵에 거절당했던 기억, 의무처럼 치렀던 기억이 몸에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

상대의 목록도 다르지 않습니다. 마주 앉은 그 사람 역시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공백을 지나왔다면, 지금 같은 걱정을 하며 태연한 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사람 다 시험을 보러 온 것이 아닙니다.

불을 끄고 싶은 마음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은 몸을 보이는 일입니다. 스무 해 전의 몸이 아닙니다. 배에는 수술 자국이 있고, 팔뚝과 허리는 옷으로 가려 온 세월만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불부터 끄고, 이불을 턱까지 끌어 올립니다.

가리고 싶으면 가려도 됩니다. 어두운 조명도, 얇은 옷 한 겹도 괜찮습니다. 다만 숨기는 데 온 신경을 쓰면 정작 그 사람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상대는 흠을 찾으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자기 뱃살과 흰머리를 걱정하느라 내 흉터를 살필 여유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의 몸은 부분이 아니라 통째로 보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두 번째 짐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입니다. 오랜만이라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기도 하고, 긴장하면 더 그렇습니다. 그 한 번을 자기 능력에 대한 판정처럼 받아들이면 다음이 더 무서워집니다.

오랜만의 밤은 실력을 보이는 자리가 아닙니다.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에게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내가 할 일도 정해져 있습니다. 실망한 얼굴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가볍게 말해 주는 것입니다. "괜찮아요. 우리 시간 많잖아요." 이 한마디를 들은 사람은 다음에 훨씬 편한 몸으로 옵니다.

달라진 몸은 숨길 일이 아니라 알려 줄 일입니다

사십대와 오십대의 몸은 이십대와 다르게 움직입니다. 여성은 폐경 전후로 건조함이나 통증을 겪기도 하고, 남성은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오지 않는 날이 생깁니다. 매력이 줄었다는 신호가 아니라 나이에 따른 변화이고, 대부분 방법이 있습니다.

산부인과나 비뇨의학과에서는 아주 흔한 상담입니다. 민망함은 진료실 문 앞까지입니다. 약을 지인에게 얻어 먹거나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기대는 것보다 한 번의 진료가 훨씬 안전합니다. 상대에게도 미리 말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나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야"라는 한마디가 서로의 오해를 막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자기가 싫어서 그런 줄 압니다.

한 번에 다 가지 않아도 됩니다

어른의 관계는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닙니다. 손을 잡고 오래 걷는 저녁이 있고, 소파에서 어깨를 기대고 영화를 보는 밤이 있고, 그냥 나란히 누워 이야기만 하다 잠드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들이 쌓이면 몸은 그 사람의 체온과 냄새에 익숙해지고, 그다음은 애쓰지 않아도 옵니다.

날을 정해 놓고 벼르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번 주말에는 하고 기한을 두면 그날이 시험 날이 됩니다. 정해 두지 않은 저녁에, 둘 다 마음이 놓인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피임과 검진은 어른의 준비물입니다

나이가 들면 이 부분을 건너뛰기 쉽습니다. 하지만 월경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임신 가능성이 남아 있고, 성매개감염은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각자 검진을 받고 결과를 나누는 것은 상대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아끼는 방식입니다.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의 태도도 살펴볼 만합니다. 피임 이야기에 짜증을 내거나 검진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른 문제에서도 내 안전보다 자기 기분을 앞에 둘 가능성이 큽니다.

혼자 자던 침대에 누가 눕는다는 것

뜻밖의 복병은 잠입니다. 몇 해를 혼자 자 온 사람은 옆에 누가 있으면 잠을 설칩니다. 뒤척임과 숨소리가 낯설고, 이불을 나눠 덮는 것도, 새벽에 화장실에 가느라 조심스레 일어나는 것도 어색합니다. 코를 골까 봐 깊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자고 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늦게라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자기 침대에서 자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함께 아침을 맞는 일은 그것대로 또 하나의 문턱입니다. 부은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를 보이는 일이니까요. 그 문턱을 넘고 나서 같이 먹는 아침밥이 어떤 날의 밤보다 가까운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아이와 한집에 사는 사람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장소와 시간이 숙제입니다. 아이가 집에 있는 날 연인이 자고 가는 일은 관계가 충분히 자리 잡고 아이가 그 사람을 받아들인 뒤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그 전까지는 아이가 다른 부모나 조부모와 지내는 날을 쓰면 됩니다. 번거롭지만 아이의 아침을 지키는 일이 먼저입니다.

처음이 어색했다고 해서

오랜만의 첫날이 영화 같을 확률은 낮습니다. 어색하고, 박자가 어긋나고, 중간에 웃음이 터지기도 합니다. 그 웃음이 괜찮은 신호입니다. 실수했을 때 같이 웃는 사이라면 두 번째는 훨씬 편합니다.

처음이 기대와 달랐다고 해서 이 사람과는 안 맞는다고 단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몸의 친밀함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세 번째, 네 번째가 되어서야 서로의 박자를 알게 되는 사이가 훨씬 많습니다.

오랜 공백은 흠이 아닙니다. 아무하고나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굳어 있던 몸은 안심이 되는 사람 곁에서 천천히 풀립니다. 서두르지 않는 사람과,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저녁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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