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다운로드
자녀·재혼 준비

아이의 할머니는 여전히 할머니다

이혼으로 나에게는 남이 된 분들이 아이에게는 여전히 할머니와 할아버지입니다. 전 배우자의 부모와 아이 사이를 어떻게 이어 둘지 이야기합니다.

아이의 할머니는 여전히 할머니다AI 모델 사진

추석을 두 주 앞둔 저녁에 문자가 옵니다. 잘 지내니. 명절에 애 얼굴 한번 보여 다오. 이혼한 지 삼 년 된 전 시어머니입니다. 며느리였던 십 년 동안의 일들이 스쳐 갑니다. 고마웠던 기억도, 서러웠던 기억도 있습니다. 답장을 쓰기 전에 옆에서 숙제하는 아이를 봅니다. 저 아이에게 그분은 김치전을 부쳐 주던 할머니입니다.

나에게는 끝난 인연, 아이에게는 이어지는 핏줄

이혼은 부부 사이를 끝내고, 그와 함께 시댁과 처가라는 관계도 끝냅니다. 서류로 보면 이제 남입니다. 그런데 아이의 가족관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그분들은 변함없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이고, 고모와 삼촌입니다.

이 어긋남이 이혼한 부모를 곤란하게 합니다. 나는 다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분들인데, 아이는 그 집 마당의 강아지를 보고 싶어 합니다. 내 감정과 아이의 관계를 따로 놓고 보는 연습이 여기서도 쓰입니다.

조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것

조부모의 사랑은 부모의 사랑과 결이 다릅니다. 성적도 버릇도 따지지 않고 그저 예뻐합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흔들린 아이에게 변하지 않고 반겨 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은 큰 버팀이 됩니다. 집이 둘로 나뉘어도 할머니 집 밥상은 그대로라는 것이 아이를 안심시킵니다.

아이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아빠가 어릴 때 어땠는지, 증조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는지를 들려줄 사람은 그분들뿐입니다. 한쪽 집안과의 연결이 통째로 끊긴 아이는 자라서 자기의 절반이 비어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아빠와 지내는 주말에 할머니 댁까지

가장 무난한 길은 전 배우자가 아이를 만나는 시간 안에 조부모와의 만남을 넣는 것입니다. 아이가 아빠와 지내는 주말에 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내가 전 시댁과 직접 일정을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명절도 같은 방식으로 나눕니다. 추석 당일은 이쪽, 다음 날은 저쪽처럼 미리 정해 두면 해마다 실랑이할 일이 줄어듭니다.

조부모가 나에게 직접 연락해 오는 경우에는 연락의 범위를 정합니다. 아이 일에 관한 연락은 받되, 재결합을 권하거나 지난 일을 따지는 이야기는 받지 않는다는 선입니다. "아이 일은 언제든 연락 주세요. 다만 저희 두 사람 일은 이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전 배우자가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집도 있습니다. 세상을 떠났거나, 멀리 있거나, 연락이 끊긴 경우입니다. 그럴 때 조부모는 아이와 그쪽 집안을 잇는 하나뿐인 끈입니다. 법도 일정한 경우에는 조부모가 손주를 만나게 해 달라고 청할 길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 끈은 지켜 주는 편이 좋습니다.

할머니 집에서 내 험담을 듣고 온 날

가장 흔하고 가장 속상한 일입니다. 아이가 돌아와 말합니다. 할머니가 그러는데 엄마가 참을성이 없어서 그렇게 된 거래.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당장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고, 아이에게 그게 아니라고 낱낱이 해명하고 싶습니다.

둘 다 참습니다. 아이 앞에서 맞받아 조부모를 헐뜯으면 아이는 양쪽 어른의 말 사이에 끼입니다. 아이에게는 이렇게만 말합니다. "할머니는 아빠의 엄마라서 아빠 편에서 생각하셔. 엄마 아빠 일은 어른들 사이의 일이고, 네가 누구 말이 맞는지 가릴 필요는 없어." 그리고 전 배우자에게 요청합니다. "아이 앞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부모님께 말씀드려 줘요." 자기 부모는 자기가 맡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도 되풀이된다면 만남의 횟수나 방식을 조정하는 것을 의논할 수 있습니다.

사이가 좋았던 어른들과는

모든 전 시댁, 전 처가가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딸처럼 아껴 주던 시어머니, 술친구였던 장인어른과 헤어지는 것이 이혼의 또 다른 상실이었던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일은 누구에게도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달라진 자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김장을 돕고 생신상을 차리는 일은 이제 내 몫이 아닙니다. 그 자리는 비워 두어야 전 배우자에게 새 사람이 생겼을 때 서로 곤란하지 않습니다. 큰일이 있을 때 조용히 인사를 전하는 정도의 거리가 오래갑니다. 나에게 새 연인이 생겼다면 이 왕래를 숨기지 말고 말해 둡니다. 숨기면 의심이 되고, 말해 두면 그저 아이 할머니와의 안부입니다.

내가 재혼하면 달라지는 것

재혼 소식은 전 배우자의 부모를 불안하게 합니다. 손주가 새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게 될까, 성을 바꾸게 될까, 이제 우리는 못 보게 될까. 그 불안이 날 선 말로 나오기도 합니다. 먼저 알려 주면 누그러집니다. "제가 재혼을 해도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는 건 지금처럼 할게요."

아이 쪽에서 보면 재혼은 조부모가 늘어나는 일입니다. 새 배우자의 부모가 아이를 손주로 맞아 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그분들을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라고 서두르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헷갈려하면 정리해 줍니다. "원래 할머니는 그대로 할머니야. 새로 생긴 어른들은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도 돼." 사랑해 주는 어른이 늘어나는 것은 누구의 자리를 빼앗는 일이 아닙니다.

만남을 멈춰야 하는 경우

지켜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조부모가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심한 말을 한다면,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버틴 적이 있다면, 아이를 볼모 삼아 나를 압박한다면 만남을 멈추는 것이 맞습니다. 아이가 다녀올 때마다 눈에 띄게 불안해하거나 가기 싫다고 거듭 말할 때도 까닭을 들어 보고 쉬어 갑니다. 기준은 어른들의 서운함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과 편안함입니다.

답장을 씁니다. 네, 어머니. 추석 다음 날 애 아빠 편에 보낼게요. 김치전 해 주시면 좋아할 거예요. 어머니라는 호칭을 쓸지 한참 망설였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며느리는 그만두었어도 아이 할머니와의 인사는 남겨 둘 수 있습니다. 숙제하던 아이가 고개를 들고 묻습니다. 할머니 집 가? 그 얼굴을 보니 잘 보낸 답장입니다.

  • #전 시부모
  • #이혼 후 조부모
  • #손주 면접교섭
  • #이혼 가정 자녀
  • #재혼 가정
돌싱과 안전하게 만나고 싶다면

프로필 심사와 휴대폰 본인인증, 지인 차단 기능이 있는 돌싱짝에서 시작해 보세요.

앱 받기

좋은 사람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몰라요

프로필 심사를 거친 돌싱들이 모인 돌싱짝에서 대화부터 편하게 시작해 보세요.

닫기

개인정보취급방침

© Copyright naimstory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