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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연애

짧았던 결혼도 이혼이라고 말해야 할까

결혼식만 올리고 헤어진 경우, 혼인신고를 하고 몇 달 만에 정리한 경우. 어디까지가 돌싱이고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짚어 봅니다.

짧았던 결혼도 이혼이라고 말해야 할까AI 모델 사진

결혼식을 올리고 넉 달을 함께 살았습니다. 혼인신고는 미루다가 하지 않은 채 헤어졌습니다. 서류로 보면 미혼이고, 기억으로 보면 결혼했던 사람입니다. 새로 누군가를 만나게 됐을 때 이 사람은 자신을 뭐라고 소개해야 할까요. 비슷한 질문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주 나오는 것들을 하나씩 짚어 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저도 돌싱인가요

법적으로는 미혼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결혼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되지 않고, 혼인관계증명서를 떼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혼인신고를 했다면 함께 산 기간이 한 달이어도 혼인과 이혼의 기록이 남습니다. 평소에 쓰는 일반 증명서에는 현재의 혼인 상태만 나오지만, 상세 증명서에는 지난 혼인과 이혼이 함께 적힙니다.

다만 돌싱이라는 말은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생활의 말입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양가 가족이 사돈이 되고, 한집에서 부부로 살았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그 시간은 결혼이었습니다. 서류에 없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서류에 남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말하지 않고도 들키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들키느냐가 아니라 그 관계가 어디까지 갈 것이냐입니다. 가볍게 몇 번 만나고 끝날 사이라면 지난 일을 모두 꺼낼 의무는 없습니다. 진지하게 사귀기로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혼식에 왔던 하객이 백 명이면 그 일을 아는 사람이 백 명입니다. 상대는 언젠가 내 친구나 친척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때 상대가 받는 충격은 결혼했었다는 사실보다 그 큰일을 말하지 않았다는 데서 옵니다. 숨긴 기간이 길수록 다른 말들까지 의심받게 됩니다.

그럼 언제 말하는 게 좋을까요

기준을 하나 드리자면, 사귀자는 말이 오가기 전입니다. 상대가 나를 연인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할 때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첫 만남에서 꺼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두세 번 만나 서로 호감이 분명해졌을 때가 알맞습니다.

소개팅 앱을 쓴다면 프로필을 어떻게 적을지도 고민이 됩니다. 돌싱 전용 서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결혼 경험이 있다고 전제합니다. 신고 없이 살다 헤어진 사람도 그 전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이고, 대화가 시작되면 "저는 식만 올리고 신고는 하지 않았어요"라고 덧붙이면 됩니다. 이 한마디에 놀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뭐라고 말하면 될까요

길게 준비할수록 변명처럼 들립니다. 세 문장이면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왜 말하는지입니다.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말해 둘 게 있어요. 몇 해 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반년쯤 살다가 헤어졌어요. 신고는 하지 않아서 서류에는 없지만, 숨기고 만나고 싶지 않아서요." 혼인신고를 했던 경우라면 가운데 문장만 바꾸면 됩니다. 이유를 묻는다면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는 선에서 한 줄로 답하고,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말한 뒤에는 상대에게 시간을 줘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괜찮다는 대답을 받아 내려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며칠 뒤에 다시 물어 오는 질문에 차분히 답하는 모습이, 처음의 고백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식을 올리기 전에 깨진 약혼은요

청첩장까지 돌렸다가 결혼식 직전에 멈춘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법으로도 생활로도 결혼이 아닙니다. 돌싱이라고 소개할 일은 아니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먼저 꺼낼 이야기도 아닙니다.

다만 관계가 진지해지면 한 번은 말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양가 상견례를 하고 날을 잡았던 일은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내 연애 방식에 흔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이유 없이 뒤로 물러서게 된다면 더 그렇습니다. 상대는 그 망설임이 자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아이가 있었다면 기준이 달라집니다

함께 산 기간이 짧았어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도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이야기는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아이는 숨길 수 있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양육을 하고 있든 양육비를 보내고 있든, 내 시간과 돈과 마음의 한 부분이 아이에게 가 있다는 것을 상대가 모른 채로 관계가 깊어지면 그 뒤가 훨씬 어렵습니다.

상대가 숨겼다는 걸 알게 됐다면요

반대 입장도 있습니다. 만나던 사람이 결혼했던 일을 뒤늦게 털어놓았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된 경우입니다. 배신감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판단은 조금 미뤄도 됩니다.

살펴볼 것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물었는데 거짓으로 답한 것인지 아니면 묻지 않아서 말할 때를 놓친 것인지. 둘은 무게가 다릅니다. 다음은 들킨 뒤의 태도입니다. 왜 말하지 못했는지 설명하고 내 질문에 끝까지 답하는 사람과, 별일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되받는 사람은 앞으로의 갈등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짧았다고 가벼운 일은 아닙니다

결혼 기간이 짧았던 사람들은 자기 일을 스스로 깎아서 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몇 달 살았을 뿐이라고, 결혼이라고 하기도 뭐하다고. 하지만 결혼을 결심하고, 가족에게 알리고, 다시 거두어들이는 과정은 기간과 상관없이 사람을 크게 흔듭니다.

그 일을 가볍게 넘기려 할수록 새 연애에서 이유 모를 불안이 튀어나옵니다. 상대에게 말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인정해 주면 됩니다. 나는 결혼을 했었고, 끝냈고, 그 일로 꽤 아팠다고. 그렇게 정리된 사람의 고백은 듣는 쪽에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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