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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회복·자존감

또 그 사람 계정을 열어 봤다

친구 목록에서는 지웠는데 손가락이 아이디를 기억합니다. 전 배우자의 SNS를 몰래 들여다보는 습관과 그 밤의 속마음, 조금씩 줄여 가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또 그 사람 계정을 열어 봤다AI 모델 사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씻고, 불을 끄고 누운 뒤에 검색창에 그 사람의 아이디를 칩니다. 친구 목록에서는 지운 지 오래인데 손가락이 철자를 기억합니다. 새 사진이 올라왔는지, 프로필 문구가 바뀌었는지 확인하고 나면 새벽 한 시가 넘어 있습니다. 그러고는 왜 봤을까 하며 천장을 봅니다.

이 습관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십 년 가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소식을 주고받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소식 없는 사람이 됐습니다. 머리는 끝났다는 걸 아는데 손은 아직 그 사람의 근황을 확인하던 길을 기억합니다. 계정을 열 때마다 속에서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들을 하나씩 들어 봅니다.

"잠깐만 보고 끌 거야"

잠깐이 정말 잠깐으로 끝나는 밤은 드뭅니다. 사진 한 장을 보면 그 아래 댓글을 보고, 댓글 단 사람의 계정을 눌러 보고, 함께 찍힌 낯선 얼굴을 손가락으로 키웁니다. 정신을 차리면 한 시간이 지나 있습니다. 내가 본 건 사진 몇 장인데 머릿속에는 그 사람의 새 생활 전체가 지어져 있습니다.

그 생활은 내가 지은 것입니다. 사진은 하루 중 가장 좋은 몇 초만 잘라 올린 것이고, 나머지 빈칸은 밤의 내가 상상으로 채웠습니다. 그 사람이 웃는 사진을 보고 무너진 밤이라면, 나를 무너뜨린 건 사진보다 사진 바깥을 그려 본 그 한 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냥 잘 사는지 궁금할 뿐이야"

궁금함 밑에는 대개 다른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나 없이도 괜찮은지, 나보다 먼저 행복해졌는지, 나를 조금이라도 그리워하는지. 이런 질문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진은 그 사람의 마음까지 보여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열기 전에 한 번만 물어봅니다. 지금 확인하고 싶은 게 정확히 뭔지. 휴대폰 메모장에 한 줄로 적어 보면 대부분 그 사람의 근황이 아니라 내 마음 상태에 대한 질문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질문은 그 사람의 계정이 아니라 친구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물어야 답이 나옵니다.

"차라리 잘 못 지냈으면 좋겠어"

입 밖에 내기 부끄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잘 지내지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새 글이 없으면 안도하고, 여행 사진이 올라오면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그런 내가 옹졸해 보여서 더 괴롭습니다.

그런 마음이 든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상처를 준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사는 모습이 억울한 건 당연합니다. 다만 그 억울함을 계정을 들여다보며 달래려 하면 매번 지게 되어 있습니다. 올라오는 사진은 늘 그 사람에게 유리하게 골라진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힘들어 보이는 글을 올린 날에도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습니다. 고소한 기분은 잠깐이고, 그 뒤에는 왜 아직도 이 사람의 하루에 내 기분을 걸어 두고 있나 하는 허탈함이 길게 남습니다.

"아이 때문에 봐야 해"

아이를 함께 키우는 사이라면 이 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아이 사진이 공개로 올라오는지, 아이가 그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은 건 부모로서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아이 사진을 보러 들어갔다가 그 사람의 새 연인 사진까지 보고 나오는 날이 더 많다면, 아이는 핑계가 된 것입니다.

아이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직접 묻습니다. 아이 사진을 공개로 올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도 몰래 보는 대신 문자로 한 번 분명하게 합니다. 아이가 그 집에서 어땠는지는 아이가 돌아왔을 때 아이 입으로 듣는 편이 사진보다 정확합니다.

실수로 누른 하트 하나

몰래 보는 사람에게는 늘 겁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화면을 넘기다 손가락이 미끄러져 하트가 눌리는 순간, 혹은 짧은 영상 게시물을 열었다가 본 사람 목록에 내 이름이 남는다는 걸 뒤늦게 안 순간입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그 사람이 지금 알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그리느라 밤을 꼬박 새웁니다.

이미 눌렀다면 바로 취소하고 거기서 끝냅니다. 해명하는 메시지는 보내지 않습니다. 그 한 번은 생각만큼 큰일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일이 있었다면 이 습관이 나를 얼마나 졸이게 하는지 보여 준 장면으로 기억해 둡니다. 들키지 않으려고 숨죽인 채 보는 일은 그것만으로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손이 가는 길목에 돌을 하나 놓기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보다 보기 번거롭게 만드는 쪽이 오래갑니다. 검색 기록을 지우고, 자동 완성에 그 사람의 아이디가 뜨지 않게 합니다. 저장해 둔 화면이나 즐겨찾기도 지웁니다. 한 번 더 손을 써야 열리는 상태가 되면, 그 몇 초 사이에 마음을 바꾸는 밤이 생깁니다.

함께 아는 지인이 소식을 전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미리 말해 둡니다. "고마운데, 그 사람 소식은 당분간 안 들어도 될 것 같아." 대부분은 오히려 안심합니다. 전해 주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던 사람이 많습니다.

손이 가는 시간대도 따져 보면 정해져 있습니다. 아이를 재운 뒤, 술을 한잔한 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그 시간에는 휴대폰을 침대에서 먼 곳에 두고 충전합니다. 팔을 뻗어 닿지 않는 거리 하나로 그냥 넘어가는 밤이 늘어납니다.

다시 열어 봤다고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몇 주를 잘 참다가 어느 밤 다시 열어 보게 됩니다. 그러면 그동안 참은 날이 다 무너진 것 같아 자책이 밀려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보던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보게 되고, 한 달에 한 번이 되는 것. 이 습관이 줄어드는 실제 모양이 그렇습니다.

어느 날은 그 사람의 새 사진을 보고도 별 감정 없이 화면을 닫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더 확인할 것이 없다는 걸 손이 먼저 압니다. 그때까지는 검색창을 열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봐도 충분합니다. 이걸 보고 나면 나는 지금보다 나아질까.

  • #전 배우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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