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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회복·자존감

연애가 자꾸 석 달을 넘기지 못한다면

이혼 뒤의 연애 세 번이 모두 비슷한 때에 끝났습니다. 세 번이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탓하지 않고 되풀이되는 모양을 들여다보는 법입니다.

연애가 자꾸 석 달을 넘기지 못한다면AI 모델 사진

연말에 달력을 넘기다가 알게 됐습니다. 이혼하고 삼 년 동안 세 사람을 만났습니다. 첫 번째는 봄에 시작해 여름이 오기 전에 끝났습니다. 두 번째는 가을에 만나 첫눈이 올 무렵 헤어졌습니다. 세 번째도 석 달을 조금 넘기고 흐지부지됐습니다. 사람도 계절도 달랐는데 끝나는 때는 비슷했습니다. 창가의 화분 셋 가운데 둘이 시들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세 번이면 살펴볼 만합니다

한 번 짧게 끝난 연애는 그냥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두 번도 그럴 수 있습니다. 세 번이 비슷한 때에 비슷한 모양으로 끝났다면 그 안에 내 몫이 있는지 살펴볼 만합니다.

이것은 자책과 다른 일입니다. 내가 문제라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판결을 내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자리에서 자꾸 넘어진다면 그 자리에 무엇이 있는지 내려다보자는 것입니다. 돌부리를 보면 다음에는 비켜 갑니다.

석 달째에 일어나는 일들

석 달은 연애에서 고비가 많은 때입니다. 처음의 들뜬 기분이 가라앉고 상대가 실제 크기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잘 보이려고 참던 버릇이 나오고, 첫 다툼이 생깁니다. 우리는 어떤 사이냐는 물음이 나오는 것도 이 무렵입니다.

이혼한 사람들의 연애에서는 생활이 드러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만나는 주말이 얼마나 자주 오는지, 전 배우자와 어떻게 연락하는지, 돈 사정이 어떤지가 보입니다. 연애가 설렘에서 현실로 넘어가는 문턱이 석 달쯤에 놓여 있고, 그 문턱에서 걸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끝내는 쪽인지, 끝남을 겪는 쪽인지

세 번의 끝을 떠올려 봅니다. 그만하자고 말한 것은 누구였는지, 말이 없었다면 먼저 연락을 줄인 것은 누구였는지. 매번 내가 떠났다면 살필 것과 매번 상대가 떠났다면 살필 것이 다릅니다. 번갈아였다면 고르는 눈 쪽을 봅니다.

먼저 떠나는 사람의 속

석 달쯤 되면 이유 없이 식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제까지 좋았는데 갑자기 상대의 웃음소리가 거슬리고, 젓가락질이 눈에 걸립니다. 이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에 근거를 모읍니다.

이 식음은 대개 상대가 싫어져서가 아니라 가까워져서 옵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잃을 것이 커집니다. 한 번 크게 잃어 본 마음은 그 지점에서 경보를 울립니다. 더 가면 다친다, 지금 나가라. 그래서 흠을 찾아내어 떠날 구실로 삼습니다. 떠나고 나면 잠깐 홀가분하고, 얼마 뒤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자기가 이쪽이라고 생각되면 다음 연애에서 규칙을 하나 둡니다. 식는 느낌이 들어도 두 주는 결정을 미룹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상대에게 말해 봅니다. "내가 가까워지면 겁이 나서 뒷걸음질하는 버릇이 있어요. 지금 그런 것 같아요." 이 말을 입 밖에 내는 것만으로 경보가 잦아들기도 합니다.

번번이 남겨지는 사람의 속

반대로 늘 상대가 물러났다면 속도를 봅니다. 외로웠던 만큼 빨리 달리지 않았는지. 만난 지 한 달에 재혼 이야기를 꺼내고, 매일 만나고 싶어 하고, 답이 늦으면 불안해서 연달아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이 조급함도 지난 상처에서 옵니다. 또 버려질까 봐 빨리 확실해지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는 그 무게에 숨이 막혀 물러납니다. 물러나는 기색이 보이면 더 붙잡고, 그럴수록 더 멀어집니다. 내가 두려워한 결말을 내 손으로 앞당기는 셈입니다.

이쪽이라면 연애 바깥의 삶을 먼저 채웁니다. 친구와의 약속, 혼자 하는 운동, 일의 목표. 하루의 전부가 그 사람의 답장에 걸려 있지 않아야 기다릴 수 있습니다. 불안이 올라올 때는 메시지를 쓰는 대신 그 불안을 십 분만 적어 봅니다. 대부분 적다 보면 보낼 필요가 없어집니다.

세 사람의 닮은 점을 적어 봅니다

이번에는 사람을 봅니다. 종이에 세 사람의 이름을 쓰고 닮은 점을 적습니다. 직업이나 외모가 아니라 관계에서의 모습입니다. 처음에 불같이 다가왔다가 금방 식는 사람이었는지, 속을 잘 보여 주지 않는 사람이었는지, 내가 돌봐 줘야 하는 사람이었는지.

닮은 점이 보인다면 한 걸음 더 갑니다. 그 모습이 전 배우자와도 닮지 않았는지. 사람은 익숙한 것에 끌립니다. 힘들었던 관계라도 익숙하면 편안하게 느껴지고, 그 느낌을 끌림으로 착각합니다. 반대로 다정하고 한결같은 사람은 낯설어서 심심하다고 지나칩니다. 첫눈에 강하게 끌리는 사람일수록 한 번 더 살펴보고, 덤덤한데 편한 사람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눈을 바꾸는 연습입니다.

넉 달째로 넘어가는 연습

다음 연애에서 석 달의 문턱이 다가오면 미리 알아챕니다. 지금이 내가 늘 걸리던 그때구나. 그것만으로 절반은 넘습니다. 이 무렵의 첫 다툼을 끝의 신호로 읽지 않습니다. 다툼은 두 사람이 진짜로 만나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다투고 난 뒤 어떻게 푸는지를 보는 것이 넉 달째의 일입니다.

지루함도 다르게 봅니다. 들뜸이 가라앉은 자리는 비어 보이지만, 거기서부터 편안함이 자랍니다. 그 구간을 지나 본 적이 없다면 한 번은 지나가 보는 것이 숙제입니다.

되풀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다른 가능성도 남겨 둡니다. 살펴봤는데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다면 그저 맞지 않는 사람 셋을 차례로 만났던 것입니다. 석 달은 사람을 알아보는 데 걸리는 알맞은 시간이고, 아닌 사람과 석 달 만에 헤어진 것은 잘한 일입니다. 맞지 않는 줄 알면서 삼 년을 끄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혼자 들여다봐도 같은 자리를 맴돈다면 상담에서 함께 풀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난 결혼에서 미처 내려놓지 못한 것이 새 연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우가 있고, 그런 매듭은 남의 눈이 있어야 보입니다.

창가의 화분을 들여다봅니다. 시든 둘은 물을 너무 자주 줘서 뿌리가 상했습니다. 살아남은 하나는 잊고 지낸 덕에 제 속도로 자랐습니다. 물을 얼마나 줄지는 화분마다 다르고, 그것을 아는 데에는 몇 번의 실패가 듭니다. 네 번째 화분은 조금 다르게 키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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