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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과 동시에 대화하고 있다면

한 사람에게 보낼 말을 다른 사람에게 보낼 뻔한 순간, 이래도 되나 싶어집니다. 사귀기 전의 탐색과 양다리 사이의 선을 짚어 봅니다.

세 사람과 동시에 대화하고 있다면AI 모델 사진

점심시간, 창가 자리에서 휴대폰을 엽니다. 대화창이 세 개 떠 있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 딸을 키우는 사람, 어제 처음 인사를 나눈 사람. 등산 이야기에 답을 쓰다가 보내기 직전에 멈춥니다. 대화창을 잘못 골랐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여러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사귀기로 약속하기 전의 만남은 서로를 알아보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속이는 일이 아닙니다. 소개팅 앱이라는 방식 자체가 그렇게 짜여 있고, 상대도 대개 같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한 사람에게만 일찍 마음을 다 걸었다가 크게 다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두 번 만난 사람을 운명이라 여기고 다른 가능성을 모두 닫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여러 후보 중 하나로 보고 있었던 경우입니다. 이혼 뒤 오랜만에 받는 관심에는 판단이 쉽게 기웁니다. 몇 사람을 나란히 놓고 보는 동안에는 한 사람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부풀지 않습니다.

탐색과 양다리를 가르는 선

문제가 되는 지점은 숫자가 아니라 상대의 기대입니다. 선은 대략 이런 곳에 그어집니다. 서로 사귀자는 말이 오갔는가. 그 말이 없었더라도 상대가 우리는 만나는 사이라고 믿을 만한 행동을 내가 했는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고, 주말마다 만나고, 손을 잡고, 다음 달 여행 이야기를 했다면 말로 약속하지 않았어도 상대는 그렇게 믿습니다. 그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도 같은 온도로 만나고 있다면 그때부터는 탐색이 아닙니다. 몸이 가까워졌다면 더 분명합니다. 그 단계에 들어서기 전에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매듭짓거나, 적어도 지금 상황을 말해 주는 것이 도리입니다.

세 명이 넘어가면 생기는 일

잘못은 아니어도 한계는 있습니다. 동시에 이야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대화가 얕아집니다. 누가 어디에 살고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뒤섞이고, 같은 질문을 두 번 하게 됩니다. 상대는 그것을 금방 압니다. 자기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이는 없습니다.

고르는 태도도 달라집니다. 사람을 알아 가는 것이 아니라 견주게 됩니다. 이 사람은 직장이 낫고 저 사람은 말이 잘 통하고, 하는 식으로 점수를 매기다 보면 누구에게도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사람은 항목으로 나누어 비교할 때보다 한 명씩 온전히 볼 때 좋아집니다.

물으면 거짓으로 답하지 않습니다

대화가 깊어지면 상대가 묻습니다. 혹시 다른 분도 만나고 계세요. 당황해서 아니라고 답하기 쉽습니다. 그 거짓말은 나중에 반드시 걸림돌이 됩니다.

있는 그대로, 다만 부드럽게 답하면 됩니다. "아직은 몇 분과 이야기해 보는 중이에요. 마음이 정해지면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이 대답에 기분이 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직함을 높이 삽니다. 먼저 묻지 않는 상대에게 일일이 알릴 의무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상대가 나를 유일한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했다면 묻지 않아도 말해 주는 편이 공정합니다.

한 사람으로 좁혀지는 순간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저절로 순서가 생깁니다. 알림이 여럿 와 있을 때 누구의 것을 먼저 여는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지, 누구의 답이 늦을 때 신경이 쓰이는지. 머리로 따진 점수보다 이 순서가 정확합니다.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면 다른 대화는 닫습니다. 답을 줄이며 흐리는 것이 아니라 한 줄을 보냅니다. "그동안 이야기 나눠서 즐거웠어요. 제가 한 분과 진지하게 만나 보기로 해서 이쯤에서 인사드려요. 좋은 분 만나시길 바랍니다." 받는 사람은 서운해도 깔끔하다고 느낍니다. 이 메시지를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 분이고, 보내지 않았을 때 상대가 기다리는 시간은 몇 주입니다.

상대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

반대 입장이 되면 마음이 복잡합니다. 나는 이미 이 사람으로 정했는데 상대는 아직 다른 사람과도 연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화를 낼 일은 아닙니다. 약속한 적이 없으니 어긴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괜찮은 척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내 단계를 알려 주면 됩니다. "저는 이제 한 사람만 만나고 싶은 마음이에요. 당신은 어떤지 궁금해요." 이 말은 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위치를 맞추는 것입니다. 상대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하면 얼마나 기다릴지는 내가 정합니다. 기한 없이 후보로 남아 있는 것은 마음을 가장 빨리 닳게 합니다.

사귀기로 한 날의 휴대폰

사귀기로 했다면 앱을 어떻게 할지도 이야기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한쪽이 계속 접속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신뢰에 금이 갑니다. 지우라고 요구하기보다 같이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우리 이제 앱은 그만 볼까요." 이 제안에 선뜻 그러자고 하는 사람과 뜸을 들이는 사람은 관계를 보는 눈이 다릅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지킬 것

알아보는 단계의 사람들은 아이의 생활 바깥에 둡니다. 여러 사람과 만나는 시기에 아이와 마주치게 하거나, 통화 내용을 아이가 듣게 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어른의 탐색은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고, 스쳐 간 얼굴이 많을수록 다음에 정말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 아이가 믿어 주지 않습니다.

대화창이 세 개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부끄러운 것은 세 사람 모두에게 당신뿐이라는 얼굴을 하는 일입니다. 누구에게도 거짓말하지 않았고, 마음이 정해졌을 때 나머지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면 그 탐색은 떳떳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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