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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배우자 욕을 멈추지 않는 사람

만날 때마다 지난 결혼의 원망이 한 시간씩 이어집니다. 그 이야기를 어디까지 들어 줄지, 거기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살펴봅니다.

전 배우자 욕을 멈추지 않는 사람AI 모델 사진

그 사람과 처음으로 술을 마신 날이었습니다. 첫 잔을 비울 때까지는 좋았습니다. 두 번째 잔이 나오면서 그 사람의 이야기가 지난 결혼으로 넘어갑니다. 전 배우자가 돈을 어떻게 썼는지, 그 집 식구들이 어땠는지, 이혼할 때 얼마나 독하게 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지나 있습니다. 내 잔의 맥주는 김이 다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함처럼 들립니다

이혼한 사람끼리 만나면 지난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상대가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나를 믿는다는 뜻 같아서 고맙기까지 합니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으니 맞장구도 쉽게 나옵니다.

문제는 양과 반복입니다. 한 번 듣고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음 만남에도, 그다음 만남에도 같은 장면에서 같은 분노로 되풀이됩니다. 그때부터는 솔직함이 아니라 다른 무엇입니다.

욕이 길다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

지난 일을 매듭지은 사람은 짧게 말합니다. "많이 안 맞았어요. 서로 힘들었죠."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서 길게 말할 것이 없습니다. 반대로 이야기가 길고 뜨겁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아직 그 결혼 안에 있습니다.

미움은 관심의 한 모양입니다. 전 배우자가 지금 누구를 만나는지, 얼마를 버는지, 어떻게 사는지를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은 헤어졌지만 떠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 자리에 새 사람이 들어가면 연인이 아니라 청중이 됩니다.

듣는 사람이 치르는 값

이런 만남을 하고 돌아오면 몸이 무겁습니다. 남의 분노를 한 시간씩 받아 낸 탓입니다. 내 하루는 어땠는지, 내 아이는 잘 지내는지를 그 사람은 묻지 않았습니다. 대화가 아니라 하소연을 들어 준 셈입니다.

더 곤란한 것은 편을 들어 달라는 요구입니다. "그 사람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 여기에 그렇다고 답하는 순간 나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함께 헐뜯는 사이가 됩니다.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내리는 판결에 이름을 올리는 일입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찾아볼 문장

험담을 듣는 동안 귀 기울일 것이 있습니다. 그 긴 이야기 안에 자기 몫을 말하는 문장이 한 줄이라도 있는가입니다. "나도 그때 일에만 매달렸죠." "내가 말을 너무 안 했어요." 이런 문장이 섞여 있다면 그 사람은 화가 나 있을 뿐 돌아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열 번을 들어도 잘못은 전부 저쪽에 있고 자신은 당하기만 했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결혼이 한 사람의 잘못만으로 무너지는 일은 드뭅니다. 모든 일을 남 탓으로 설명하는 사람과 만나면 다음 이야기의 악역은 내가 됩니다.

쓰는 단어도 살핍니다. 서운했다, 힘들었다는 감정의 말입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 돈만 아는 인간처럼 사람 자체를 깎는 말은 경멸입니다. 한때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을 그렇게 부르는 입은 언젠가 나를 향해서도 열립니다.

아이가 듣는 자리에서도 그러는지

가장 무겁게 봐야 할 것은 아이 앞에서의 모습입니다. 아이가 옆에 있는데 "네 엄마가 그래서 그렇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분풀이가 아이의 마음보다 앞에 있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다른 부모는 자기의 절반입니다. 그 절반을 욕하는 말을 듣고 자라는 아이가 어떤지 아는 사람이라면 참습니다. 이 한 가지만으로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짐작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끊는 말

참고 들어 주는 것이 배려는 아닙니다. 듣기 힘들다면 말해야 합니다. 비난하지 않고 내 상태를 말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그 얘기를 들으면 제 마음이 좀 무거워져요. 오늘은 우리 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요."

이 말에 대한 반응이 시험지입니다. 아차 하며 "제가 너무 그 얘기만 했네요"라고 하는 사람은 다음부터 달라집니다. 서운해하거나 "이해 못 하시는군요"라고 받는 사람은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십 분 뒤에 다시 같은 이야기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버릇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지금 상태입니다.

기다려도 되는 경우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한동안 이렇습니다. 서류에 도장을 찍은 지 몇 달이라면 분노가 식지 않은 것이 정상이고,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시기가 이른 탓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연인이 되기보다 조금 거리를 두고 기다리는 편이 서로에게 좋습니다. 그 사람에게 지금 맞는 것은 새 연애가 아니라 친구나 상담실입니다.

몇 해가 지났는데도 온도가 그대로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시간이 풀지 못한 미움을 내 사랑이 풀어 줄 수는 없습니다. 내가 잘 들어 주면 언젠가 그칠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편이 낫습니다. 들어 주는 사람이 있는 한 그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혹시 내가 그 사람은 아닌지

이 글을 읽으며 뜨끔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만남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내가 한 말 가운데 전 배우자가 주어인 문장이 얼마나 됐는지. 상대의 표정이 어느 순간부터 굳어 있지는 않았는지.

할 말이 아직 많다면 그 말을 들어 줄 자리를 따로 마련해야 합니다. 오랜 친구에게, 일기에, 상담사에게 쏟아 놓고 데이트에는 가벼운 몸으로 나갑니다. 새로 만난 사람은 내 지난 결혼의 배심원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은 그때의 내가 아니라 지금 마주 앉아 있는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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