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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재혼 준비

부모님이 그 사람을 반대합니다

마흔이 넘었는데도 어머니의 한마디에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애 딸린 사람이라며. 부모의 반대 속에 든 걱정을 가려 듣고 내 결정을 지키는 법입니다.

부모님이 그 사람을 반대합니다AI 모델 사진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한숨이 길게 들립니다. 애가 둘이나 딸린 사람이라며. 너 한 번 고생했으면 됐지, 왜 또 남의 자식 키우는 길로 들어가려고 그러니. 마흔셋의 딸은 베란다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회사에서는 팀장이고 집에서는 아이의 엄마인데, 이 통화에서는 다시 스무 살이 됩니다.

나이를 먹어도 부모의 반대는 아픕니다

어른이 된 뒤의 연애는 부모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압니다. 그런데도 부모가 고개를 저으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이혼으로 이미 한 번 부모를 실망시켰다는 빚진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내 선택이 틀렸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부모의 목소리를 타고 커집니다.

이 흔들림을 부끄러워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흔들리는 채로 결정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부모의 말을 듣고 그날 밤 연인에게 헤어지자고 하거나, 반발심에 재혼을 서두르는 것은 둘 다 내 판단이 아닙니다.

반대의 속에 든 것

부모의 반대는 겉말과 속말이 다릅니다. 겉으로는 조건을 말합니다. 아이가 있어서, 벌이가 시원찮아서, 나이 차가 커서, 그쪽도 이혼한 사람이라서. 속에 있는 것은 대개 두려움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이혼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습니다. 밥을 못 먹고 살이 빠지던 것, 손주가 밤에 울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장면을 다시 보게 될까 봐 무서운 것입니다. 여기에 친척과 이웃의 눈, 손주가 새 어른 밑에서 눈치 볼지 모른다는 걱정이 더해집니다. 반대의 대부분은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내 자식에 대한 걱정입니다. 이렇게 읽으면 같은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걱정 속에 맞는 말이 있는지

부모의 반대를 전부 낡은 편견으로 넘기고 싶어집니다. 그러기 전에 한 번은 가려 들어 볼 만합니다. 지난 결혼을 돌아보면, 그때도 부모가 뭔가를 말했는데 사랑에 빠진 내가 흘려들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편견과 걱정을 가르는 기준은 구체성입니다. 이혼한 사람은 다 문제가 있다는 말은 편견입니다. 그 사람이 술자리에서 목소리가 커지더라, 돈 이야기를 흐리더라는 말은 관찰입니다. 부모가 본 것을 물어봅니다. "엄마는 어떤 점이 제일 걱정돼요?" 대답이 구체적이라면 적어 두고 내 눈으로 다시 살펴봅니다. 부모는 연애 감정 없이 그 사람을 보는 드문 증인입니다.

설득하지 말고 시간을 씁니다

한 번의 대화로 허락을 받아 내려 하면 다툼이 됩니다. 부모의 마음은 논리로 바뀌지 않고 익숙함으로 바뀝니다. 그 사람의 이름이 대화에 자주 나오고, 그 사람이 한 일이 조금씩 전해지고, 그 사람을 만난 뒤 자식의 얼굴이 좋아진 것을 보면서 달라집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열 번 말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는 것은 내 생활입니다. 밥을 잘 먹고, 웃는 일이 늘고, 아이가 안정되어 보이는 것. 부모가 가장 바라는 것은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보는 한꺼번에 쏟지 말고 조금씩 건넵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 이혼한 까닭 같은 무거운 이야기일수록 숨기지 말고 내 입으로 먼저 말합니다. 나중에 다른 데서 듣게 되면 그 사람은 속인 사람이 됩니다.

연인에게 어디까지 전할까

부모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기지 않습니다. 애 딸린 사람이라는 표현을 들은 연인은 그 문장을 오래 기억하고, 훗날 부모님을 뵐 때마다 떠올립니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 없다고 꾸미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인사드리러 갔다가 냉대를 받으면 연인은 준비 없이 다칩니다.

반대가 있다는 것과 내가 풀겠다는 것, 두 가지를 전합니다.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셔. 내가 이혼할 때 많이 놀라셔서 그래.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그건 내가 풀게. 당신이 뭘 잘못해서가 아니야." 이 말을 들은 사람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누구의 문제인지와 누가 맡을지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만나게 하는 자리

부모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을 때 인사 자리를 만듭니다. 집보다 바깥의 식당에서, 한 시간 남짓으로 짧게 잡습니다. 부모가 그 사람을 몰아세울 것 같다면 아직 때가 아닙니다. 미리 부탁해 둡니다. "마음에 안 드셔도 그 자리에서는 손님으로 대해 주세요."

자리에서는 내가 방패가 됩니다.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연인이 답하기 전에 내가 끼어듭니다. "그 얘기는 제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릴게요." 내 부모 앞에서 그 사람을 혼자 세워 두지 않는 것, 그 장면이 연인에게는 어떤 약속보다 믿음직합니다.

끝내 고개를 저으신다면

시간을 들여도 바뀌지 않는 부모가 있습니다. 그때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모의 축복 없이도 내 삶은 내가 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 결정에는 값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명절이 어색해지고, 아이와 조부모 사이가 서먹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값을 치르기로 했다면 부모와 싸우지 않고 선을 긋습니다. "허락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제가 정한 일이에요. 다만 제 앞에서 그 사람을 나쁘게 말씀하지는 말아 주세요." 인연을 끊겠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문은 열어 두고, 부모가 넘지 말아야 할 선만 알립니다. 세월이 지나 손주의 편안한 얼굴을 보고 마음을 돌리는 부모가 많습니다.

부모님 손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면

혼자 아이를 키우며 부모의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이 문제가 더 무겁습니다. 아이를 봐 주시는 어머니가 반대하면 그것은 의견이 아니라 생활의 문제가 됩니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저녁마다 눈치가 보입니다.

이럴 때는 고마움과 결정을 따로 말합니다. "아이 봐 주셔서 제가 일할 수 있어요. 그건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제가 누구를 만나는지는 제가 정할게요." 도움을 받는다는 이유로 삶의 결정권까지 내어 주면 부모와의 관계도 뒤틀립니다. 길게 보아서는 돌봄을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나누어 부모에게 기대는 정도를 줄여 가는 것이 서로를 편하게 합니다.

베란다에서 전화를 끊은 딸은 한참 서 있다가 다시 번호를 누릅니다. 엄마, 걱정하는 거 알아요. 다음에 내려가면 그 사람 이야기 천천히 해 드릴게요. 허락을 구하는 말도, 맞서는 말도 아닙니다. 어머니의 두려움을 알아주면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마흔셋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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