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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연애에도 권태기는 온다

토요일 저녁 소파에 나란히 앉아 각자 휴대폰을 봅니다. 지난 결혼의 끝이 이랬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납니다. 권태와 식은 마음을 구분하는 법입니다.

두 번째 연애에도 권태기는 온다AI 모델 사진

사귄 지 일 년 반이 된 토요일 저녁입니다. 텔레비전은 켜져 있고, 두 사람은 소파 양쪽 끝에 앉아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습니다. 저녁은 배달로 먹었고, 대화는 "뭐 먹을래"와 "아무거나"가 전부였습니다. 문득 한 사람의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이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난 결혼의 마지막 일 년이 꼭 이랬습니다.

조용한 거실이 무서운 사람들

이혼을 겪은 사람은 권태에 유난히 예민합니다. 처음 연애하는 사람에게 심심한 주말은 그냥 심심한 주말이지만, 한 번 끝을 본 사람에게는 무너지는 소리로 들립니다. 대화가 줄어든 것, 스킨십이 뜸해진 것, 각자의 화면을 보는 저녁이 모두 그때의 기억과 겹칩니다.

그래서 두 가지 잘못된 반응이 나옵니다. 하나는 겁에 질려 관계를 먼저 끝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른 척 덮어 두는 것입니다. 둘 다 지난번과 같은 길입니다. 이번에는 그 조용함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일입니다.

익숙해진 것과 식은 것

권태는 대개 안전하다는 신호에서 옵니다.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말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설렘이 빠져나간 자리에 편안함이 들어왔는데, 그 편안함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식은 마음은 결이 다릅니다. 몇 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구분됩니다. 함께 있는 침묵이 편한가, 아니면 벗어나고 싶은가.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내 마음이 쓰이는가. 좋은 소식이 생겼을 때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이 여전히 그 사람인가. 일 년 뒤의 내 생활을 그릴 때 그 사람이 자연스럽게 들어 있는가. 대답이 대체로 그렇다 쪽이라면 식은 것이 아니라 익숙해진 것입니다.

지난번에는 말하지 않아서 끝났습니다

지난 결혼의 조용함이 무서웠던 까닭은 조용해서가 아닙니다. 그 조용함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운한 것이 쌓이는데 꺼내지 않았고, 꺼내지 않는 동안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말할 수 있습니다. 탓하는 말이 아니라 같이 들여다보자는 말로 꺼냅니다. "우리 좀 심심해진 것 같지 않아? 나는 가끔 그게 겁나. 예전 생각이 나서." 이 말을 들은 상대는 십중팔구 자기도 느끼고 있었다고 답합니다. 권태를 화제로 올릴 수 있는 사이라면 그 권태는 이미 절반쯤 힘을 잃습니다.

익숙함이 먼저 깎아 내는 것들

오래된 사이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큰 것이 아닙니다. 만났을 때 일어나서 맞는 인사, 밥을 차려 준 사람에게 하는 고맙다는 말, 헤어질 때 돌아보는 눈길 같은 것입니다. 하나씩 빠질 때는 표가 나지 않다가 어느 날 보면 같은 집에 사는 동료처럼 되어 있습니다.

질문도 사라집니다. 상대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묻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계속 변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출근하는지, 새로 걱정되는 일은 없는지, 일 년 반 전의 그 사람과 지금의 그 사람은 같지 않습니다. 오늘 저녁에 질문 하나를 새로 해 보는 것으로 꽤 많은 것이 돌아옵니다.

새로움은 여행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권태기라고 하면 근사한 여행이나 이벤트를 떠올리지만 효과는 며칠을 넘기지 못합니다. 오래가는 것은 작은 변화입니다. 늘 가던 식당 대신 가 본 적 없는 동네의 시장을 걷습니다. 늘 운전하던 사람이 조수석에 앉아 봅니다. 한 사람이 처음 해 보는 요리를 다른 사람이 옆에서 거듭니다.

함께 처음 해 보는 일이 있으면 서로의 낯선 얼굴을 보게 됩니다. 볼링공을 엉뚱한 데로 굴리며 웃는 모습, 낯선 길에서 길을 묻는 모습. 익숙한 사람에게서 처음 보는 표정을 발견하는 순간이 설렘의 다른 이름입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하는 일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서 생기는 권태도 있습니다. 주말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면 서로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남지 않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었으니 말할 거리가 없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주말 하루를 따로 보내 봅니다. 각자 친구를 만나고,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저녁에 만나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합니다. 따로 지낸 하루가 둘의 식탁에 화제를 올려 줍니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두 사람이 만날 때 관계에 바람이 통합니다.

권태가 아닌 것을 권태라고 부르지 않기

다만 모든 조용함을 권태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상대의 말에 대꾸하기가 싫고, 사소한 버릇이 경멸스럽게 느껴지고, 만나고 돌아오면 기운이 빠진다면 그것은 익숙함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꺼냈는데 한 사람만 애쓰고 다른 사람은 귀찮아하는 상태가 몇 달째 이어진다면 그것도 신호입니다.

이럴 때는 권태기를 넘기는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 관계가 나에게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야 합니다. 지난 결혼에서 그 질문을 너무 늦게 했다면, 이번에는 제때 하는 것이 그때 배운 것을 쓰는 길입니다.

두 번째 연애라고 해서 권태가 비켜 가지는 않습니다. 달라진 것은 나입니다. 조용함을 못 본 척하지 않고, 겁이 난다는 말을 입 밖에 낼 줄 압니다. 상대의 대답을 끝까지 들을 줄도 압니다. 그 말이 오가는 사이라면 이 조용함은 끝이 아니라 오래가는 관계가 한 번씩 지나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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