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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사람이 아이 학원 앞에 와 있었다

아이와 정이 들었던 연인이 이별 뒤 아이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학교와 학원을 찾아올 때. 그날 할 일과 선을 긋는 말, 멈추지 않을 때 기댈 곳을 담았습니다.

헤어진 사람이 아이 학원 앞에 와 있었다AI 모델 사진

퇴근길 지하철에서 학원 전화를 받았습니다. 삼촌이라는 분이 오셔서 오늘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하시는데 보내 드려도 되겠느냐고,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석 달 전에 헤어진 사람입니다. 일 년 가까이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지냈고, 학원 앞에서 몇 번 아이를 데려온 적도 있습니다. 선생님도 그 얼굴을 압니다. 그래서 의심 없이 전화를 걸어 온 것입니다.

"보내지 말아 주세요. 제가 곧 다시 전화드릴게요." 그 말을 하고 나서야 손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보고 싶었을 뿐이라는 말

그 사람은 아마 아이가 보고 싶었다고 말할 겁니다. 정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예뻐했던 사람에게 이별은 아이와의 이별이기도 했으니까요. 어떤 경우에는 아이가 나에게 닿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서 찾아옵니다. 내가 연락을 받지 않으니 아이를 통해서라도 이어지려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해야 할 일은 같습니다.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만나는 길을 닫는 것. 속마음을 따지는 일은 그다음입니다.

그날 바로 거는 전화들

학원과 학교에 먼저 알립니다. 사정을 다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분은 이제 아이와 관계없는 사람이에요. 앞으로 저와 아이 아빠, 할머니 말고는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고 적어 두세요. 그분이 다시 오면 바로 연락 부탁드려요." 담임 선생님, 학원 원장, 학원 차 기사님까지 알립니다.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은 이름과 연락처로 남겨 둡니다.

내 연애사가 학교에 알려지는 게 싫어서 망설여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알아야 하는 건 누구에게 아이를 보내면 안 되는지이지,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사이였는지가 아닙니다. "가족이 아닌 분이라 앞으로는 보내지 말아 주세요" 정도면 충분하고, 대부분의 선생님은 더 묻지 않습니다.

그 주에는 하굣길과 학원 길을 잠깐 바꿉니다. 내가 데리러 가거나, 믿을 만한 어른이 함께 오갑니다.

아이에게는 겁 대신 규칙을

아이가 들어야 할 말은 그 사람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는 그 사람을 좋아했고, 그 마음까지 틀렸다고 느끼면 더 혼란스러워합니다. 대신 규칙을 줍니다. "삼촌을 미워하라는 게 아니야. 그런데 이제 삼촌이 데리러 오거나 같이 가자고 하면 따라가면 안 돼. 그럴 땐 선생님한테 말하고 엄마한테 전화해."

아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삼촌이랑 연락한 걸 엄마가 알면 화낼까 봐 숨기지 않아도 돼. 엄마는 너한테 화 안 나." 아이가 숨기기 시작하면 어른이 알 길도 막힙니다.

휴대폰과 게임 속에 남은 길

아이에게 연락이 닿는 길은 전화번호만이 아닙니다. 아이 휴대폰의 연락처, 메신저 친구 목록, 함께 하던 온라인 게임의 친구 목록, 사회관계망 메시지함을 아이와 같이 열어 봅니다. 몰래 뒤지지 않고 이유를 말한 뒤 함께 봅니다.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가 있다면 지우기 전에 화면을 저장합니다.

그 사람이 사 준 기기나 같이 만든 게임 계정이 있다면 그것도 살핍니다. 연결은 대개 아이가 아끼는 물건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보내는 한 번의 메시지

상대에게는 글로, 한 번, 분명하게 보냅니다. 감정은 빼고 요구만 적습니다. "오늘 학원에 찾아온 것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아이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아이가 다니는 곳에 오지 마십시오. 아이에게 할 말이 있다면 저를 통해 주십시오.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경찰에 알리겠습니다." 답장에 길게 대꾸하지 않습니다. 이 메시지는 내가 분명히 거절했다는 기록이 됩니다.

아이의 다른 부모에게도 알립니다

아이가 주말마다 아빠 집에 간다면 그쪽에도 알려야 합니다. 전 배우자에게 내 연애가 끝난 이야기를 하는 게 내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데려가고 데려오는 어른이라면 알아야 할 안전 정보입니다. "예전에 만나던 사람이 아이 학원에 찾아왔어. 혹시 아이를 데려가려 하면 넘기지 말고 나한테 연락해 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전 배우자가 이 일을 꼬투리 삼아 내 연애를 탓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맞서기보다 아이 안전 이야기로 다시 돌아옵니다. 지금은 누구 잘못인지 따질 때가 아니라, 아이를 엉뚱한 사람에게 넘기지 않는 게 먼저라고.

흔들리는 건 내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 일을 겪는 부모의 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아이를 그 사람에게 너무 일찍 정 붙게 한 내 탓 같고, 한때는 고마웠던 사람을 이렇게 막아도 되나 싶습니다. 솔직히 그 사람이 아직 우리를 놓지 못했다는 데서 묘하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 흔들림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다만 선을 긋는 일과는 따로 둡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오는 길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부모를 거치지 않고 아이에게 다가오는 어른은, 좋은 뜻이었다 해도 그 방식이 틀렸습니다.

멈추지 않는다면

분명히 말했는데도 학교 앞에 나타나고, 아이에게 선물을 보내고, 다른 번호로 연락한다면 그건 미련이 아닙니다. 스토킹은 나에게 직접 하는 행동만이 아니라 내 가족에게 다가가거나 따라다니는 행동도 포함합니다. 날짜와 장소, 본 사람을 적어 두고 학원과 학교에도 그 사람이 다녀간 기록을 남겨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기록을 들고 112에 신고하면 경찰이 접근을 막는 조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며 왜 못 만나느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서운한 마음은 받아 주되 규칙은 바꾸지 않습니다. 어른이 정한 선이 흔들리지 않을 때 아이도 안심합니다.

그날 전화를 걸어 준 학원 선생님에게는 고맙다고 꼭 말합니다. 아이를 지키는 일은 그렇게 몇 사람이 걸어 준 전화 몇 통으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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