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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재혼 준비

아이 생일상에 두 부모가 마주 앉는 날

따로 사는 부모가 아이 생일을 함께 챙기기로 했다면 케이크 주문부터 촛불을 끄는 순간까지 미리 맞춰 둘 것이 많습니다. 새 연인이 있을 때의 자리도 함께 살펴봅니다.

아이 생일상에 두 부모가 마주 앉는 날AI 모델 사진

생일 열흘 전, 전 배우자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이번 생일엔 어떻게 할 거야. 지난번처럼 각자 하루씩 챙기자고 답하려다 손을 멈춥니다. 몇 달 전 아이가 잠들기 전에 한 말이 떠올라서입니다. 생일에 엄마 아빠랑 같이 촛불 끄고 싶어. 그때는 대답 없이 이불만 덮어 주었습니다.

헤어진 두 사람이 아이 생일에 한 상에 앉는 일은 생각만 해도 어깨가 뭉칩니다. 그래도 해 보기로 했다면 그 하루는 즉흥에 맡기지 않습니다.

같이 할 수 있는 사이인지부터

모든 전 부부가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준은 단순합니다. 두 시간 동안 아이 앞에서 서로 날을 세우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양육비나 재산 문제로 다툼이 한창이거나 만나기만 하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이라면 같은 자리는 아이에게 선물이 아니라 긴장입니다. 폭력이 있었던 관계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따로 합니다.

따로 한다고 생일이 반쪽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일은 한쪽에서, 그 주말은 다른 쪽에서 챙기면 아이는 축하를 두 번 받는다고 좋아하기도 합니다. 해마다 당일을 번갈아 맡기로 해 두면 누가 더 중요한 날을 가져가느냐로 다툴 일이 없습니다.

열흘 전, 역할을 나누는 문자

같이 하기로 했다면 준비는 글로 나눕니다. 장소는 어디로, 케이크는 누가, 선물은 각자 할지 함께 할지, 몇 시에 시작해 몇 시에 끝낼지. 당일에 얼굴 보고 정하다 보면 사소한 데서 옛날 말투가 튀어나옵니다.

장소는 어느 한쪽의 집보다 식당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공간이 편합니다. 남의 공간에서는 서로 조금씩 손님처럼 굴게 되고, 그 거리가 두 사람을 지켜 줍니다. 시간은 두세 시간이면 넉넉합니다.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아이 친구들을 부르는 생일 파티가 따로 있다면 그건 한 사람이 맡는 편이 깔끔합니다. 친구 부모들 앞에 헤어진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어색해합니다. 친구 파티를 맡지 않은 쪽은 가족끼리의 저녁을 맡으면 됩니다.

선물이 경쟁이 되지 않게

따로 사는 부모는 생일 선물에 마음을 많이 싣습니다. 자주 못 보는 미안함을 큰 선물로 갚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한쪽이 최신 휴대폰을 내밀고 다른 쪽이 책 두 권을 건네면, 아이는 그 자리에서 어느 선물에 더 기뻐해야 할지 눈치를 봅니다.

대략의 금액을 미리 맞추거나, 아예 큰 선물 하나를 둘이 함께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번 자전거는 같이 사 주자" 같은 문장이 미리 오가면 포장을 뜯는 순간이 시험이 되지 않습니다.

촛불 앞의 두 시간

그 자리에서 지킬 것은 몇 가지뿐입니다. 아이 이야기만 합니다. 양육비, 다음 달 일정, 지난 일에 대한 서운함은 꺼내지 않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다음 날 문자로 합니다. 상대가 날 선 말을 던져도 그날만은 받아치지 않고 웃어넘깁니다. 생일 노래를 부를 때 아이 양옆에 나란히 서는 것까지가 오늘의 숙제입니다.

아이가 셋이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면 찍어 줍니다. 어른에게는 어색한 한 장이어도 아이에게는 오래 꺼내 볼 사진입니다. 다만 그 사진을 각자의 사회관계망에 올릴지는 서로 물어보고 정합니다.

새 연인은 그 자리에 올까

함께 하는 생일에 새 연인을 데려가는 일은 대개 이릅니다. 전 배우자와 한 상에 앉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마음이 바쁩니다. 연인에게는 미리 말해 둡니다. "그날은 애 아빠랑 같이 하기로 했어. 서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대신 주말에 우리끼리 작게 한 번 더 축하하자." 연인이 선물을 주고 싶어 하면 내 손을 거쳐 따로 전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몇 해를 함께한 연인이고 전 배우자도 그 존재를 알고 받아들인 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도 전 배우자에게 먼저 묻고, 아이에게도 묻습니다. 누구 하나라도 머뭇거리면 이번에는 넘깁니다.

재혼한 집에 다른 아이들이 있다면

재혼을 했거나 함께 사는 사람에게 아이가 있다면 생일은 한 집 안의 공평함 문제가 됩니다. 내 아이 생일에는 따로 사는 부모까지 와서 상이 두 배로 차려지고, 배우자 아이의 생일은 조촐하게 지나가면 그 아이는 같은 집에서 다른 대접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집 안에서 치르는 생일상의 크기와 방식은 아이마다 똑같이 맞춥니다. 따로 사는 부모가 챙겨 주는 몫은 집 밖에서, 그 부모와의 시간으로 따로 가져가게 합니다.

새 형제의 생일에 내 아이가 선물을 고르게 하는 것도 좋은 연습입니다. 축하를 받기만 하던 아이가 축하하는 쪽에 서 보면, 한집에 사는 다른 아이를 손님이 아니라 식구로 보기 시작합니다.

상대가 연인을 데려왔을 때

반대로 전 배우자가 아무 말 없이 새 사람과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속이 뒤집혀도 생일 자리에서 따지지 않습니다. 짧게 인사하고 아이에게 집중합니다. 아이가 그 사람과 나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 먼저 웃으며 케이크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줍니다. 불편했다는 말은 생일이 끝난 뒤, 다음부터는 미리 알려 달라는 부탁으로 전합니다. 그날을 망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그날을 지키는 길입니다.

전화가 오지 않는 생일

함께는커녕 연락조차 없는 쪽도 있습니다. 아이는 하루 종일 휴대폰을 곁에 두고, 밤이 되면 묻습니다. 아빠는 내 생일 잊어버렸나. 대신 변명해 주고 싶지만 지킬 수 없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아빠 마음은 엄마가 다 알 수는 없어. 그래도 네가 기다린 마음은 잘못된 게 아니야."

대신 생일 밤이 그 기다림으로만 끝나지 않게 합니다. 잠들기 전 아이와 오늘 받은 축하를 하나씩 꼽아 봅니다. 친구의 편지, 할머니의 전화, 엄마가 가방에 몰래 넣어 둔 쪽지. 오지 않은 전화 한 통보다 와 준 것이 더 많았던 하루로 생일을 닫아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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