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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재혼 준비

그 집 아이는 열 시가 넘어도 게임을 한다

연인이 아이 키우는 방식이 자꾸 눈에 걸립니다. 사귀는 동안 꺼내도 되는 말과 아직 삼킬 말, 그리고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차이를 가려 봅니다.

그 집 아이는 열 시가 넘어도 게임을 한다AI 모델 사진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속으로는 몇 번이나 생각했습니다. 저 집은 애를 너무 풀어 키운다. 밤 열 시가 넘었는데 그 사람의 아이는 아직 게임을 하고, 밥을 먹다 일어나 돌아다니고, 갖고 싶은 건 대개 그 주 안에 손에 들어옵니다. 우리 집 아이는 아홉 시면 휴대폰을 반납합니다. 솔직히 조금 우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애는 저렇지 않다고. 두 집이 같이 저녁을 먹은 날이면 내 아이가 묻습니다. 쟤는 왜 돼?

만남이 깊어질수록 이런 장면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입 밖에 내는 순간 연애보다 커지기 쉽습니다.

느슨해 보이는 데에는 대개 사정이 있습니다

이혼한 부모가 아이에게 너그러워지는 이유는 비슷합니다. 미안해서입니다. 부모가 갈라선 것도, 혼자 버느라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합니다. 주말에만 아이를 보는 부모라면 그 이틀을 잔소리로 쓰고 싶지 않습니다. 장난감 가게 앞에서 쉽게 지갑이 열리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피로도 한몫합니다. 퇴근하고 혼자 밥하고 숙제까지 봐 준 날, 밤 열 시에 게임기를 뺏으며 싸울 기운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이와 한바탕 싸우고 나면 그 밤을 혼자 수습해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우는 아이를 달래 줄 다른 어른이 집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규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규칙을 지킬 힘이 떨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내 엄격함도 이혼이 만든 것일지 모릅니다

거꾸로 돌아보면 내 쪽의 깐깐함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혼자 키워서 애가 저렇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아이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이혼 탓이라는 말이 나올까 봐 더 조이는 부모가 있습니다. 옳아서라기보다 겁이 나서 지키는 규칙이 섞여 있을지 모릅니다. 그걸 알고 나면 그 사람을 보는 눈이 조금 누그러집니다.

사귀는 동안 꺼내도 되는 말

궁금한 건 물어도 됩니다. 평가가 아니라 질문의 꼴이라면요. "너희 집은 휴대폰 몇 시까지 해?" "용돈은 일주일에 얼마 줘?" 그리고 우리 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 애는 아홉 시에 반납하는데, 처음엔 엄청 싸웠어." 내 방식을 기준으로 내밀지 않고 한 집의 사정으로 꺼내 놓으면 상대도 자기 집 사정을 편하게 꺼냅니다.

상대가 먼저 고민을 털어놓는 날도 있습니다. 애가 공부를 안 해서 걱정이라고. 그때도 해결책보다 질문이 낫습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남의 집 육아에 대한 조언은 부탁받았을 때 반만 해도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이 없는 자리에서 합니다. 아이가 듣는 데서 어른 둘이 규칙을 두고 주고받으면, 아이는 그 장면을 자기 부모가 지는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아직은 삼키는 편이 나은 말

그 아이에 대한 판정은 삼킵니다. 버릇없다, 너무 오냐오냐한다, 저러다 나중에 고생한다. 맞는 말이라도 부모에게는 자기 양육 전체를 깎는 말로 들립니다. 혼자 키우며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어 온 말이 그런 종류여서 더 그렇습니다.

아이끼리 비교하는 말도 삼킵니다. 우리 애는 안 그러던데. 용돈 액수를 듣고 놀라는 표정도 삼킵니다. 그 돈에는 대개 미안함이 섞여 있습니다. 그 아이 앞에서 부모의 규칙을 뒤집는 일도 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안 된다고 한 아이스크림을 내가 사 주면, 나는 좋은 어른이 되고 그 사람은 나쁜 부모가 됩니다.

내 육아가 도마에 오른 날

반대 상황도 옵니다. 그 사람이 내 아이를 두고 한마디 합니다. 너무 엄하게 하는 거 아니야, 애가 숨 막히겠다. 별 뜻 없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얼굴이 굳습니다. 혼자 키우며 쌓인 피로와 자존심이 한꺼번에 건드려져서입니다.

그 자리에서 맞받아치면 다음부터 육아는 꺼내면 안 되는 이야기가 됩니다. 한 박자 쉬고 답합니다.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나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하고 있어." 이유를 들은 사람은 대개 평가를 멈추고 질문을 시작합니다. 그래도 같은 지적을 되풀이한다면 그때는 분명히 말합니다. "그건 내가 정할게."

취향의 차이와 넘기면 안 되는 차이

모든 차이를 같은 무게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게임 시간, 간식, 잠드는 시간, 학원 개수는 집마다 다른 취향에 가깝습니다. 함께 살게 되면 맞춰야 하지만 사귀는 동안 결판낼 일은 아닙니다. 학원을 네 군데 보내는 집과 해 질 때까지 놀이터에 두는 집의 차이도 대개 이쪽입니다. 둘 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고,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이마다 다릅니다.

무게가 다른 차이도 있습니다. 아이를 때리는 걸 훈육이라 여기는지, 아이 앞에서 다른 부모를 욕하는지, 성적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온도가 달라지는지, 아이를 깎아내리는 말을 농담처럼 하는지. 이건 육아 방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약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모습을 봤다면 조용히 넘기지 말고 이 관계를 다시 생각할 이유로 삼습니다.

두 집 아이가 한 식탁에 앉는 날

아이끼리 만나는 자리가 생기면 그 자리의 규칙만 미리 맞춥니다. 집의 규칙은 각자 두고, 함께 있는 몇 시간만 같은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 "오늘은 둘 다 밥 먹을 땐 휴대폰 내려놓기." 어른 둘이 전날 정하고, 아이에게는 각자 말합니다. 내 아이에게는 내가, 그 아이에게는 그 사람이. 남의 아이에게 규칙을 말하는 역할은 처음부터 맡지 않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같이 살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하면 그때가 미뤄 둔 대화를 꺼낼 때입니다. 용돈, 휴대폰, 공부, 잠. 크게 부딪힐 것 같은 세 가지만 골라 한 번에 하나씩 이야기합니다. 열 시의 게임기를 두고 다투게 되는 건 아이 문제라서가 아니라, 두 어른이 한집의 규칙을 처음 만드는 중이라서입니다.

그때까지 쟤는 왜 되느냐는 내 아이의 질문에는 이렇게 답해 둡니다. 그 집은 그 집 규칙이 있고, 우리 집은 우리 집 규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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