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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재혼 준비

우리 사이의 아이를 낳을까 말까

한 사람은 둘 사이의 아이를 바라고, 한 사람은 다시 기저귀를 갈 자신이 없습니다. 재혼 부부가 가장 늦게 꺼내고 가장 크게 부딪히는 주제를 살펴봅니다.

우리 사이의 아이를 낳을까 말까AI 모델 사진

친구의 출산 선물로 사 온 아기 양말이 식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양말을 남편이 한참 들여다봅니다. 그러다 혼잣말처럼 말합니다. 우리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설거지를 하던 아내의 손이 멈춥니다. 마흔둘, 초등학교 오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밤중 수유와 어린이집 대기와 열 감기의 밤들이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한 사람은 바라고 한 사람은 망설입니다

재혼한 부부 사이에서 이 주제는 대개 한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사람, 혹은 지난 결혼에서 아이와 떨어지게 된 사람은 둘 사이의 아이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어느 쪽도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바라는 마음도 망설이는 마음도 그 사람의 지난 시간에서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 대화를 미루는 것입니다. 생기면 낳지 하고 흐려 둔 채 살림을 합치면, 어느 날 한 사람의 기대와 다른 사람의 두려움이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왜 원하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낳을지 말지를 따지기 전에 왜 바라는지를 서로 물어봅니다. 아이라는 존재를 키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해 줄 다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인지.

우리 둘을 진짜 가족으로 묶어 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있습니다. 각자의 아이만 있는 집에서 둘 사이의 아이가 있어야 완성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부모님이 손주를 바라셔서라는 대답도 있고, 상대가 떠나지 않게 붙잡고 싶어서라는 속마음도 있습니다. 관계를 굳히려고 낳는 아이는 그 기대만큼 일을 해 주지 못합니다. 갓난아이는 부부를 묶기보다 시험합니다. 잠을 못 자고 돈이 모자란 시기를 버틸 만큼 관계가 이미 단단할 때 아이를 맞는 것이 순서입니다.

몸과 나이를 먼저 확인합니다

마음을 정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능한지입니다. 사십 전후의 임신은 이십대와 조건이 다릅니다.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시술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도 하고, 임신 기간에 살펴야 할 것도 늘어납니다. 지난 결혼에서 피임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병원에서 검사와 상담을 받아 보면 막연한 이야기가 구체적인 이야기로 바뀝니다. 원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쪽도, 이 나이에 무슨 하며 닫아 두었던 쪽도 실제 숫자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결정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미 있는 아이들의 자리

가장 섬세하게 살펴야 할 사람은 지금 있는 아이들입니다. 새 동생이 생긴다는 소식은 이 아이들에게 기쁜 일이면서 위태로운 일입니다. 아기는 엄마와 새아빠 둘 다의 아이인데 나는 한쪽만의 아이라는 것을 아이는 금방 셈합니다. 이 집의 진짜 가족은 저 셋이고 나는 딸린 식구라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따로 사는 아이는 더 흔들립니다. 격주로 만나는 아빠에게 매일 함께 사는 아기가 생긴 것입니다. 그 아이에게는 누구보다 먼저, 아빠의 입으로 직접 말해 줘야 합니다. "네가 아빠의 첫째인 건 변하지 않아. 만나는 날도 그대로야."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뒤에 그 말을 실제로 지켜야 합니다. 갓난아이 때문에 만남이 한 번 두 번 미뤄지면 아이는 자기가 밀려났다고 확신합니다.

돈과 시간을 숫자로 봅니다

감정 다음에는 계산입니다. 한 사람이 양육비를 보내고 있다면 그 지출은 계속됩니다. 지금 키우는 아이의 학원비와 대학 등록금이 나갈 시기와 새 아이의 어린이집 시기가 겹칩니다.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 부모가 몇 살인지도 적어 봅니다. 은퇴와 아이의 입학이 같은 해에 오기도 합니다.

시간의 계산도 있습니다. 지난 결혼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다시피 했던 사람은 그 기억 때문에 망설입니다. 이 사람의 걱정은 아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또 혼자 감당하게 될까 봐입니다. 밤에는 누가 일어날지, 육아휴직은 누가 쓸지, 큰아이 숙제는 누가 볼지를 구체적으로 나누어 보면 그 두려움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게 됩니다.

낳지 않기로 한 부부의 식탁

이야기 끝에 낳지 않기로 정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그것은 모자란 결혼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고른 것으로 가족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둘 사이의 아이가 없어도 함께 키우는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이 독립한 뒤 둘이 누릴 시간이 남습니다.

다만 바랐던 쪽의 아쉬움은 가볍게 넘기지 않습니다. 정했으니 끝난 이야기라고 덮으면 그 마음은 다른 모양으로 돌아옵니다. 아쉬움을 말할 때 들어 주고, 그 사람이 지금 있는 아이들과 관계를 쌓아 가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남은 사람의 몫입니다.

혼인신고 전에 해야 하는 대화

이 주제는 재혼을 정하기 전에 끝내 놓아야 합니다. 살아 보고 정하자는 말은 서로 다른 기대를 품은 채 출발하자는 말입니다. 나는 낳고 싶다, 나는 낳고 싶지 않다, 아직 모르겠다 가운데 각자 어디에 서 있는지 분명히 말합니다. 모르겠다는 대답이라면 언제까지 정할지를 함께 정합니다. 그동안의 피임은 누가 어떻게 맡을지도 말로 해 둡니다. 준비 없이 생긴 임신이 결정을 대신하게 두지 않습니다.

끝내 생각이 다를 때

아이 문제에는 가운데가 없습니다. 반만 낳을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이 뜻을 접어야 끝나는 주제여서 다른 갈등보다 어렵습니다. 억지로 접은 사람은 낳고 나서 혹은 낳지 못하고 나서 오래 원망합니다.

둘의 대화가 같은 자리를 맴돈다면 부부 상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제삼자 앞에서는 서로의 이유가 처음으로 끝까지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좁혀지지 않는다면 이 차이를 안고 함께 살 수 있는지를 정직하게 따져 봐야 합니다. 아프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에 따지는 것보다는 덜 아픕니다.

식탁 위의 아기 양말은 다음 날 친구에게 갔습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끝까지 했습니다. 바라는 까닭과 무서운 까닭을 번갈아 말했습니다.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같은 질문을 둘이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그 집의 공기가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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