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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재혼 준비

아이가 따르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

주말마다 같이 자전거를 타던 어른이 어느 날부터 오지 않습니다. 부모의 이별이 아이에게는 어떤 일인지, 뭐라고 말해 줘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따르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AI 모델 사진

아이가 현관에서 자전거 헬멧을 만지작거리며 묻습니다. 삼촌은 이번 주에도 안 와? 일 년 가까이 만난 사람이었습니다. 주말이면 셋이 강변에 나가 자전거를 탔고, 아이는 그 사람에게 보조 바퀴 떼는 법을 배웠습니다. 헤어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했습니다. 바쁘시대, 라고만 했습니다.

아이에게는 두 번째 이별입니다

어른에게 연인과의 이별은 연애가 끝난 일입니다. 아이에게는 자기 생활에 있던 어른 하나가 사라지는 일입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한 번 큰 상실을 겪은 아이에게 이 일은 가볍지 않습니다. 정을 주면 떠난다는 것을 두 번째로 배우는 셈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는 자기 마음을 추스르느라 아이의 상실을 놓치기 쉽습니다. 내가 헤어진 것이지 아이가 헤어진 것은 아니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 사람과 보낸 주말은 아이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도 이 일을 받아들일 시간과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말하지 않고 넘어가면 생기는 일

바쁘시대, 출장 가셨대 하는 말로 미루면 아이는 기다립니다. 다음 주에는 오겠지 하다가, 몇 주가 지나면 스스로 이유를 지어냅니다. 아이가 만드는 이유는 대개 자기 자신입니다. 지난번에 내가 삼촌한테 짜증 내서, 내가 엄마 말을 안 들어서.

어른들이 그 사람 이야기를 피하는 분위기도 아이는 읽습니다. 물어보면 안 되는 일이구나 하고 입을 닫습니다. 묻지 않는다고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물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이에게 건네는 말

헤어지기로 한 것이 분명해졌다면 오래 끌지 않고 말합니다. 조용한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서가 아니라 아이를 마주 보고 합니다. 내용은 짧게 세 가지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 아이의 생활에서 무엇이 바뀌는지.

"엄마랑 삼촌은 이제 만나지 않기로 했어. 어른들끼리 생각이 달라서 그렇게 정했어. 네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고, 삼촌이 너를 싫어해서도 아니야. 삼촌은 너랑 자전거 타는 걸 정말 좋아했어." 헤어진 까닭을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운한 마음이 남아 있더라도 아이 앞에서 그 사람을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아이가 좋아했던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다고 하면 아이는 자기 마음까지 틀렸다고 느낍니다.

작별 인사를 시켜 줄 것인가

아이와 그 사람의 사이가 각별했고 어른끼리 크게 다투지 않고 헤어졌다면, 인사할 기회를 주는 것을 생각해 볼 만합니다. 긴 만남일 필요는 없습니다. 짧게 얼굴을 보거나, 카드 한 장을 주고받는 정도로도 아이는 이야기에 끝을 냅니다. 그 사람이 "너랑 지낸 시간이 즐거웠어"라고 직접 말해 준다면 아이의 자책이 많이 덜어집니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시키지 않습니다. 헤어지는 과정에 폭언이나 위협이 있었다면, 혹은 아이에게 함부로 했던 사람이라면 인사는 필요 없습니다. 그럴 때는 "그 사람과는 이제 만나지 않는 게 우리한테 안전해"라고 분명하게 말해 주는 것이 아이를 안심시킵니다.

아이만 계속 만나게 하는 일

아이가 그 사람을 계속 보고 싶어 하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래도 대개는 만남을 이어 가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어른끼리는 왕래하지 않는데 아이만 그 사람을 만나는 구조는 오래가기 어렵고, 아이에게는 다시 합칠지 모른다는 기대를 남깁니다. 그 사람에게 새 연인이 생기면 아이는 세 번째 이별을 겪습니다.

여러 해를 한집에서 지내며 아이를 함께 키웠던 경우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갑자기 끊기보다 횟수를 줄여 가며 멀어지는 방식을 두 어른이 의논할 일입니다. 어느 쪽이든 기준은 아이에게 무엇이 덜 혼란스러운가입니다.

아이의 반응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우는 아이가 있고, 화를 내는 아이가 있습니다. "엄마 때문에 삼촌이 간 거잖아." 이 말이 아프더라도 받아 줍니다. "그렇게 느낄 수 있어. 삼촌이 보고 싶구나." 변명하거나 사정을 설명하려 들면 아이는 자기 마음이 잘못됐다고 받아들입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무심한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입니다. 며칠 뒤 엉뚱한 일로 짜증을 내거나 잠을 설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준 선물이나 함께 찍은 사진은 내 손으로 치우지 않습니다. 간직할지 말지는 아이가 정하게 둡니다.

내 슬픔을 아이에게 기대지 않습니다

이별로 힘든 것은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까지는 괜찮습니다. 어른도 슬플 때가 있다는 것을 보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에게 위로를 구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엄마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하는 장면은 기특해 보이지만, 그 순간 아이는 자기 슬픔을 접어 두고 어른 노릇을 하는 중입니다. 내 마음을 털어놓을 곳은 친구나 형제에게서 찾습니다.

다음 사람을 소개할 때

이번 일이 남기는 숙제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사람을 소개하는 시점입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와 주말을 함께 보내기 시작했다면, 다음에는 그 문턱을 높입니다. 여섯 달, 일 년을 만나고도 흔들림이 없을 때 조금씩 얼굴을 보게 하는 편이 아이를 덜 다치게 합니다.

아이도 달라져 있습니다. 다음에 누군가를 소개하면 거리를 둘지 모릅니다. 또 갈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조심스러움을 서운해하지 않고 기다려 줍니다. 아이가 다시 마음을 여는 데에는 지난번보다 긴 시간이 걸리고, 그것은 아이가 자기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관에서 헬멧을 만지던 아이에게 그날 저녁에는 말해 줘야 합니다. 삼촌은 이제 오지 않아. 그리고 덧붙입니다. 내일은 엄마랑 둘이 타러 가자. 떠난 어른의 자리를 서둘러 메울 수는 없어도, 남아 있는 어른이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 주말에 보여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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